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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로사 천국 부르는 유연근로제 확대

국회가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를 확대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유연근로제라 묶여 불리는 이들 제도는 노동시간을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과로사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정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예를들어 일주일은 45시간 일하고, 다음 일주일에 35시간 일하게 되면 평균 40시간을 일한 것이 돼,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주지 않게 된다. 재계와 정치권 일각은 이런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적게는 6개월 많게는 1년까지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선택근로제는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간을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을 몰아서 해도 정해진 기간 안에 총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핵심은 그 기간을 얼마로 정할 것이냐다. 현행 1개월이다. 현행 제도 안에서 1개월의 총 근무시간은 52시간을 4주간 해서 208시간이 된다. 208시간만 채운다면 어떻게 일해도 상관이 없다. 심지어 일주일은 100시간 일하고 다음 일주일을 쉬어도 된다. 즉,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 경영계는 이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재량근로제는 노동 시간과 방식을 노동자가 정하는 제도다. 언뜻 노동자에게 유리해보이지만 실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계산하지 않고 노사가 합의로 일정하게 정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떤 직군의 일을 하루 9시간 노동으로 정한다면 설령 더 일한다고 해도 9시간만큼의 임금만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제도들을 묶어 '유연근로제'라 부른다.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제도들의 공통점은 '초과노동'에 대한 수당을 물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9시출근 5시퇴근'과 '하루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이라는 기준에 벗어나면 '추가임금'을 줘야한다는 테두리에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또한 '몰아서 일하기'를 가능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도 악용하면 심각한 과로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현행 제도에서는 그 기간을 각각 3개월과 1개월로 제한하고 있는데, 보수야당은 이를 늘려달라는 것이다. 기간을 늘리게 되면 일상적으로 '몰아서 일하기'가 벌어지고 노동자는 과로에 몰리게 된다. 시민사회에서는 '사실상 과로사살 근무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유연근로제 전반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옥신각신하며 법안 논의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연근로제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보수야당이 국회로 돌아오자 국회에서 노동자의 목을 죄는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유연근로제로 포장돼 있는 이 제도들이 확대된다면 기존보다 더 가혹한 과로사 천국이 될 수도 있다. '과로 한국을 끝내자'는 사회적 합의이자 국정운영 방향이 흔들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