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호 교육칼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통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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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티저 포스터ⓒ사진 = tvN

TV 드라마 한 편이 현실을 바꾸리라는 기대는 무망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 현실은 드라마에서라도 극복의 단서를 찾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다. 2020년 2월 16일, 16회차를 끝으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종영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21.7%로, tvN 역대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박지은 작가와 탈북자인 곽문안 보조작가가 쓴 이 드라마는 최근 어느 보수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고발하며 세간에 더 많이 알려졌다. 2020년 2월 16일, BBC 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한 탈북자는 "지금까지 본 북한 소재 작품 중 최고"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싶은 한국인 및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 윤세리(손예진)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휴전선을 넘어 불시착하고, 북한의 관할 지역 부대 중대장 리정혁(현빈)과 만나면서 사랑이 피어난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여기다. 이념의 장벽이 가로막혀 있어도 패러글라이딩 하나로 남북한 젊은이들의 사랑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극 전체에서 남북 이념 갈등은 주인공들의 사랑의 완성을 가로막고 있다.

분단은 이들의 사랑을 불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제약조건이다. 이 상황에서 국가가 하는 일이란 이들의 사랑을 위태롭게 하는 일일 따름이다. 남쪽에 몰래 잠입한 정혁은 세리에게는 가장 반가운 반쪽이지만, 우리 정부에서 본다면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의심되는 감시 대상일 뿐이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국가(국정원)가 세리와 정혁을 가혹하게 다루지 않고, 인정을 보여주어 인상적이다. 과학의 힘은 발견에 있고 예술의 힘은 창조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예술인 드라마가 창조해 보여주듯이, 정부도 이 같은 민간의 분위기를 더 잘 이해하고 현실로 반영하길 희망해 본다.

하루 빨리 남북교류가 활성화돼 역사 탐구, 교육, 경제 협력 등이 이어지고, 휴전선을 넘어 이루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을 제약없이 허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주연 배우들. 현빈, 손예진, 김정현, 서지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주연 배우들. 현빈, 손예진, 김정현, 서지혜ⓒ제공=tvN

이 드라마에는 분단에서 오는 애절함과 슬픔의 정서가 저변에 흐르고 있다. 이 슬픔의 정서는 사랑이 피어날 수 없는 무력한(무능력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이는 다시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치권력의 무능력함에서 비롯된다.

니체, 들뢰즈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주요 저서 '에티카(Ethica in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H. M. Elwes의 번역 영문판)'에서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덕은 이성에 따라 사는 것이며, 무능력이란 자신의 자연적 본성이 아니라 외부 사물의 일상적 조건이 요구하는대로 삶이 결정되는 수동적 상태이다""(4부 인간의 예속과 정서의 힘, 정리 37, 주석 1)

여기서의 수동적 상태는 예속의 상태로 추락할 개연성이 높다. 스피노자는 이렇게도 말했다.

"정신이, 능력을 발휘하고자 할 때 이를 제지하는 상황에 구속받아 나약함을 표상할 때 슬픔을 느낀다"(3부 감정의 기원과 본성에 관하여, 정리55의 증명)

이를 놓고 보면, 오늘날 우리는 분단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일종의 예속상태에 놓여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이 예속을 끊어보려고 무진 애를 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에서 세리와 정혁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저 머나먼 에델바이스 꽃이 피는 이국땅에서나 가능케 한 것이다.

21세기 우리는 동성동본(同姓同本) 간의 사랑, 연상과 연하와의 사랑, 이혼자와의 사랑, 동성(同性)간의 사랑 등 '사랑의 경계가 없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분단의 가시철망은 여전히 남북한 사람들 간의 사랑을 금기로 만들고 있다.

과연 정부는 무엇을 하며, 학교 현장의 통일 교육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과거 학교의 통일교육은 부재하거나 분단의 고착화를 조장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기성세대들은 남북의 지배적 가치관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놓고 이념적 토론을 해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도덕 또는 윤리 교과서에 나열된 역대 정권의 통일 정책을 암기하기에 급급했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좀처럼 건강한 이념논쟁을 시도할 수가 없다.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의 후유증이다.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숙명처럼 분단을 체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곧 분단에 의한 예속상태와 다를 바 없다.

과장을 좀 보탠다면,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 한 편은 역대 정권의 통일정책과 각종 선언, 그리고 통일교육을 무색케 할 정도로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남북한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 드라마를 보면, 북한도 사람사는 땅이라는 사실이 느껴지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드라마를 본 통일교육 담당 교사들은 즐겁고도 허탈한 감정에 휩싸였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대북 개별관광 추진 등을 천명했다. 현재 남북 관계 개선 방안을 꾸준히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스피노자 표현대로 남북한 사람들이 분단의 예속상태에서 벗어나 저마다 사랑의 변용능력을 발휘하며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조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통일 교육도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발을 맞춰야 한다. 대학은 물론, 초중고 공교육이 드라마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변해야 한다. 학교에서 남북의 지배적 이념과 가치를 가감없이 소개하고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드라마에서 보여주듯이 자본주의적 욕망에 찌들어가는 한국 재벌들의 모습, 일부이긴 하지만 있을 수 있는 북한 군부의 부패상 등 각 사회의 문제점이나 한계점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 통일교육에서 토론과 논쟁이 빠져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교육선진국에서는 일방적으로 교사의 설명만 듣는 교실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처럼 입시를 위한 교과서 중심의 지식 암기 교육만 해서는 통일은 커녕 남남갈등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 최종회에서 철새들이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무리지어 휴전선을 넘는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다. 우주개발을 하는 이 시대, 아직도 분단에 발목이 잡혀 세계적 흐름에 뒤쳐져 있는 한반도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