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복사비만 수천만 원? 시대착오적 기준으로 ‘폭리’ 얻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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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CCTV 등 영상 자료 복사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수수료 기준으로 ‘폭리’를 얻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터무니없는 비용으로 변론에 필수적인 증거 복사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측 양홍석 변호사는 최근 검찰이 확보한 영상 증거 전체를 복사하려다가 포기했다. 3천만 원가량의 복사비용 때문이다.

형사사건 기록 열람·복사 수수료는 공공기관 정보공개 수수료와 같다. 법무부령인 「사건기록 열람ㆍ등사의 방법 및 수수료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제6항은 ‘특수매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수수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한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시행규칙 제7조(수수료)에 따르면, 전자파일(오디오·비디오 자료) 복제 시 1건(700MB 기준)마다 5천 원, 초과 시 350MB마다 2천500원이다. 매체 비용은 별도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이 사건 전체 영상 증거는 3.78TB로, 복사 수수료는 약 2천8백만 원에 달한다. [5천 원(700MB)+약 2천8백만 원(약 3.77TB/350MB×2천500원)] 방송사 촬영분과 국회 CCTV 등 해상도 높은 영상 증거가 포함된 탓에 다른 사건에 비해 용량이 큰 편이다.

이에 양 변호사는 전체 영상 증거 중 극히 일부만 복사해 살폈으나 더 복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검찰, 재판부, 변호인단 모두 이 문제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십만 원대의 4TB 외장 하드 하나면 복사할 수 있는데, 수천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16년 전 CD를 이용해 전자파일을 복사하던 시절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주로 사용한 저장 매체 CD의 용량이 700MB로, 700MB마다 CD를 이른바 굽던 시절의 기준인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영상 증거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는데, 구시대적인 기준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는 셈이다.

기술의 발달로 영상 증거의 용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사건 현장 부근에 CCTV가 여러 대 설치돼 기본적으로 증거로 확보되는 양이 많아졌다. CCTV 해상도도 높아져 영상 증거의 용량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영상 증거가 몇백 MB 수준이었다면, 이제 2~30GB 정도는 흔한 수준이다. 몇천 원 수준의 수수료가 몇십만 원이 된 것이다.

비용을 현실화하는 문제와 별개로 형사사건 기록 복사 수수료를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가 형벌권을 집행하는 절차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절차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취지다. 영상 증거를 선택해서 볼 수 없는 피고인의 상황도 차이가 있다.

비용 때문에 영상 증거 복사를 포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에 관련 규칙에 대한 개정을 요청했지만, 정보공개법이 개정돼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의 경우 당장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개 청구의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비용을 줄여 국민의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 변호사는 “정보공개법 개정만 기다릴 이유가 없다. 형사사건 기록 열람·복사 수수료 관련 규칙을 정보공개법 관련 규칙에 준용하지 않도록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비용을 폐지하거나 수고비 정도로 대폭 인하해야 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