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00611202519050
비대면 자동사회와 기술 감각의 후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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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언택트)’ 사회에 대비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자는 얘기가 연일 나오고 있다. 대감염병으로 인한 정부 주도 준전시 처방인 ‘한국판 뉴딜’의 주축도 원격 의료, 비대면 소비시장, 온라인 플랫폼 등에 기댄 ‘디지털 뉴딜’이다. 세상이 이러다 비대면 자동사회로 수렴되어갈 것 같다. 코로나19 재앙 이전에는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이 우리 사회를 크게 들썩이더니, 이번에는 이름만 바꿔 일종의 ‘비대면’ 뉴딜 사업이 또 다르게 격앙케 할 조짐이다. 물론 이 뜬금없어 보이는 ‘재난자본주의’ 흐름에는 우리 사회의 기술 감각을 질적으로 뒤바꿀 지능형 기술에 대한 국가의 선도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 기술의 사회 안착은 한 사회의 물질적 조건은 물론이고 시민의 정서 구조까지도 크게 뒤흔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일상적 삶의 곤경으로 인해 시민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비대면 현실은 시민들의 집단적 기술 감각이나 삶의 정서에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 현실 속 비대면 접촉 방식과 원격 소통 문화의 변화는 우리의 사고 습관을 바꾸고 정신건강까지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이 기술 선점과 수출을 통한 성장중독이 강한 나라에서는 기술로 인한 사회심리적 병리효과를 살필 여유나 겨를이 없었다. 기술은 당연히 좋은 것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기술지상주의적 정서도 크게 작용했다. 진즉에 디지털 신기술의 도입과 영향평가에 시민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지수를 결합해 살펴봐야 했지만, 아직은 이를 그리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 못하다. 산업재해 현장에서 법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과로사나 사고사 등을 제외하곤, 동시대 기술이 우리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사회병리적 징후나 행복지수 상태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기술 숭배를 감안하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리 사회의 집단적 ‘기술 정서’나 ‘기술 감각’ 탐색이 필요한 까닭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면의 알고리즘 자동화 기술과 비대면 생활 방식이 우리 정신 습관과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에서 기술 영향의 공중보건학적 접근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비대면 기술 감각
사고 습관도 바꾸는 비대면 현실
기술 인한 사회심리 효과 살펴야
기업과 정부가 원하는 비대면 자동사회의 그림은 뭘까? 무엇보다 비접촉의 ‘청정’ 소비시장 형성과 인공지능 기반 비대면 원격 자원 유통과 온라인 기반 서비스란 성장 지대이리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대면 자동사회는 한쪽의 비접촉과 비대면 활동이, 다른 한쪽의 대면 접촉이 동원돼야 유지되는 구조다. 이를테면 수없이 많은 자원을 중개하는 현장 택배와 플랫폼 노동자들, 콜센터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유령노동 없이는 비대면 자동사회는 불가하다.
비대면 기술은 소비자 편리와 물류 효율을 담보해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극단에서 신체와 영혼을 갉아먹는 노동을 키우기도 한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던 열악한 쿠팡 물류센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청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초단기 일자리를 찾아 불나방처럼 몰려들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네 비대면 노동시장의 우울한 초상이다. 비대면 자동 기술이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비접촉 접객 서비스의 능률을 올리는 등 감염병 공포를 심리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피폐하고 위태로운 노동의 조건을 대거 양산하면서 사회 전반 공생과 호혜의 관계 밀도를 차츰 무너뜨릴 확률 또한 크다.
자본주의 기술 질서가 현대인들의 사회심리적 관계의 밀도를 조종하고 왜곡하는 위치를 점한 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기술철학자 육휘에 따르면, 처음부터 자본주의는 인간과 기계 사이 사회심리적 관계를 무시한 채로 기계장치들을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익을 증대하려는 흡혈 수단으로 기능을 축소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오늘날 전자적 비대면 사회도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사회적 감각을 자본주의적 감정과 정서 구조에 친숙하게 바꾸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사회적 관계를 알고리즘 기술로 ‘소셜’ 자동화하면서 꽤 많은 정서 왜곡 현상을 일으켜왔다.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자 사이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왔다는 자체 분석 결과까지 내놨으나, 내부 경영진이 개선을 묵살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소개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불화와 갈등에 쉽게 끌리는 이용자 정서를 이용해 이를 유발하고 자극하는 극단적 소재의 콘텐츠를 타임라인에 자동 노출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자주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는 우리가 알게 된 작은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페이스북과 유사한 소셜미디어의 감각적 인터페이스와 영리한 기술 설계 실험은 너무도 자본주의적인 소비 욕망적 자극들에 익숙한 우리 감성의 틈을 비집고 앞으로도 계속해 밀려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 기술 감각
비접촉 ‘청정’ 소비시장 떠받치는
택배 등 관련 노동자의 ‘유령노동’
사회 전반의 공생 무너뜨릴 수도
오늘날 인간은 스마트 기기를 매일같이 달고 다니면서 신체와 기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접면이 사라졌다. 현대인의 기술 민감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가령 카카오톡은 현실 사회관계를 카톡방에 옮겨놓자마자 직장인들의 ‘카톡지옥’이 됐다. 카톡의 ‘읽지 않음’ 표시와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 강박은 우리 사회 위계 구조 속 집단 스트레스 정서로 전이된 지 오래다. 미디어학자 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 같은 학자는 페이스북과 같은 허튼 ‘난센스 기계’가 만든 알고리즘 기술이 인간 마음과 생각, 사회, 정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혹평한다.
초단기 비정규직 알바 노동자들에겐 점주와 매니저가 이중삼중으로 열어놓은 카톡방들이 노동시간 외 근무 통제를 위한 극한 수단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감각적 인증샷 하나하나는 특정 장소의 정서적 신뢰에 영향을 주고 지대 가치에 영향을 주는 전자화폐처럼 행세한다. 플랫폼 기술은 라이더와 운전자에게 프리랜서 자유노동을 부여하지만, 그들 모두를 호출 콜과 이용자 별점에 의지하도록 하는 알고리즘 기술 예속 상태 또한 선사한다. 이전에 없던 ‘새벽’ 배송은 오늘도 맞벌이 부부들에게 비대면 소비의 총아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플랫폼 배달노동을 행하는 몸과 영혼의 휴식을 완전히 잠식하고 있다.
비대면 소통의 기술 감각은 어떠할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비대면 화상회의나 인터넷 강의 중심의 전자적 소통 방식으로 전면 재편 중이다. 국내외적으로 인류 역사 이래 보기 드문 소통 관계의 급격한 변화이다. 원격 화상회의 기술은 이전에도 보급됐지만 이토록 절박한 소통 수단은 아니었다. 새로운 화상 소통 방식은 비대면의 각종 행사와 강연 참여, 만남의 폭과 선택을 늘리고 있다. 전통의 물리적인 객석 참여 방식에 비해 효과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대면 강연이나 학습 방식에 비해 청중의 위상은 마치 스포츠게임 속 ‘무관중’ 경기의 브로마이드처럼 점점 수동적이고 격자화된 인물배경 정도로 물러나 보이는 느낌도 감지된다. 어찌됐건 물리적 거리 두기를 상쇄하려는 원격 화상회의 문화는 또 다른 질감을 갖고 우리 사회의 관계적 기술 감각으로 정착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호혜적 기술 감각
거리 두기로 소통 관계 급격 변화
원격 소통, 만남의 폭 늘렸지만
청중 위상은 수동적으로 물러나
연대·호혜적 관계도 후퇴 조짐
이즈음 ‘기술 감각’을 정의하자면 아마도 인간 신체들에 체화된 한 사회의 기술 정서라 할 수 있겠다. 마치 우리가 쉽게 ‘기술문화’라 명명하듯 인간과 기술이 한데 뒤섞여 우리의 감각 구조에 영향을 미치며 생성된 현대인의 신생 정서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스마트 기기를 현란하게 쓰며 제 기술 감각이 뛰어나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술 감각은 개인적 차원보단 사회적 기술 밀도나 질감으로 봐야 한다. 비대면 플랫폼 기술, ‘소셜’ 기술, 원격 소통 기술 등에서처럼 기술 감각은 시민들이 한 사회에 도입된 기술들을 매개로 쌓아가는 집단적 감성 구조와 밀접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에서 이들 기술 감각은 타자와의 연대와 호혜적 관계를 북돋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를 흔드는 부정적인 지표로 보인다.
코로나19 방역 속에서 보여줬던 시민과 의료인들의 자원봉사 등 헌신과 긍정적 호혜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리 공동체적이거나 커먼즈(공유)적 공생 가치를 지향하는 것과는 꽤 다른, 현저히 낮은 호혜성의 현실 값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행동경제학 연구집단 브리크(Briq) 연구소의 최근 조사 연구가 꽤 흥미롭다. 78개국 샘플 중 한국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상대방의 은혜에 보답하려 하는 ‘긍정적 호혜성’은 55위를, 반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상황에서 이의 처벌 욕구가 강한 ‘부정적 호혜성’은 2위를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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