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힘든데 대북전단까지..” 몸살 겪는 접경지역

접경지역 주민·상인들 “남북 평화가 직접 생계와 직결돼”


텅 빈 임진각 주차장ⓒ민중의소리

"지난해 돼지열병 때문에 관광객도 못 들어가고, '코로나19'까지 왔는데 '삐라'를 날린다고 더 난리를 치니까 사람들이 안 오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20년간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온 권순완 임진각 상인회장은 탈북자단체가 예고한 대북전단 살포에 한숨을 내쉬었다.

15일 임진강 건너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마주하고 있는 임진각은 '6.15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임진각 내 매장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 놓았지만 10명 남짓한 손님들이 드나들 뿐이었다. 임진각 아래 식당들 중에는 아예 문을 닫은 곳도 보였다.

평화관광특구로 지정된 대부분의 접경지역이 지난해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차원에서 왕래가 제한돼 관광객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초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가뭄에 콩나 듯' 보이는 수준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선을 보러 오던 외국관광객들은 아예 발길이 끊긴 상태다.

여기에 최근 탈북자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이곳의 상인들은 더 근심에 차있다.

앞서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25일께 대북전단 10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대북전단 살포 덕분에 민통선을 드나드는 이곳의 관광코스가 통제되는 것은 물론 관광객들도 긴장된 지역에 대한 방문을 꺼리게 된다.

임진각은 탈북자단체 등이 대북전단 살포를 실행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실제로 북측과의 거리가 다른 접경지역에 비해 멀어 '대북전단 풍선'을 날리기에 조건이 좋지는 않지만 분단의 상징적인 장소인만큼 탈북자단체들이 상징행동을 할 때 지목되는 곳이다.

'코로나19'로 폐쇄된 임진강철교ⓒ민중의소리

임진각 아래쪽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이 크다"면서 "'삐라를 뿌리게 되면 도로를 차단하고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막고 그러니깐 일반인이고 관광객이고 전혀 오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지난 2014년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에 겨냥한 북측의 조준사격이 있었을 당시에도 접경지역 대부분에 대한 방문이 제한되면서 상인들도 임진각에 있는 가게에 가지못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임진각 내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종업원은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더 힘들다"면서도 "2014년 대북전단을 날렸을 때는 임진각 상권에 타격이 심했다"고 기억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에는 권순완 상인회회장을 비롯한 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위해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권 회장은 "그때도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올 때도 싸움도 많이 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도 임진각에는 그런 단체들이 못들어오게 하고 경제 좀 살려달라고 했는데 그때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접경지역 관광지들은 당연하게도 남북관계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두번의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에 한창 온풍이 불던 2018년만해도 임진각 등 접경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권 회장은 "그때는 정상회담도 하고 그러니까 관광객도 많이 왔다. 전방에 땅값도 20배로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렸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평화관광특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거(대북전단 살포) 정말 안 해야 한다. 이거 때문에 임진각이고 문산읍내 가게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거 때문에 관광버스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전부 취소된다"고 지적했다.

임진각 외에 다른 접경지역 관광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파주 헤이리 통일동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희정 상가번영회 회장은 "대북전단 살포한다고 하면 이쪽으로 사람들 안 온다. 그러면 장사하는 사람들 다 문 닫아야 된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데 대북전단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 회장은 "우리(상인)들은 평화·통일무드를 원하지 이런 걸 원하지 않는다. 평화모드로 갔을 때는 사람들이 여기 평화롭게 다들 방문하지만(남북 간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다 막으니까 관광지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0월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지역 농민들이 트랙터를 타고 우익단체 회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민통선 내 주민들 "대북전단 때문에 논밭도 못 나가"
"대북전단이 표현의 자유라니..지역주민은 직접 피해"

민통선 안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불편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진각 건너편 민통선 안에 있는 파주 군내면 통일촌에 살고있는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대북전단을 뿌리면 우리가 살고있는 데는 통제가 된다. 그러면 출입하는 데도 불편이 많고 농경지도 못나가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사람들은(탈북자단체) '표현의 자유'라고 하겠지만, 지역주민들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장은 2014년 10월 북측이 대북전단 풍선을 조준사격한 총탄이 경기 연천군에 떨어졌던 때처럼 심각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면서도 "대북전단 살포하는 사람들도 자제했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들은 좀 편하게 자라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했다.

민통선 안 진동면 해마루촌에 살고 있는 이재훈 씨는 "2014년에 북측이 조준사격했을 때는 영농지도 못 가게 통제했다"면서 "민통선 안에 영농지에 출퇴근하면서 농사짓는 분이 민통선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10배는 될거다. 그런데 위험하다고 출입을 안 시켰으니 난리가 났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 씨는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 하는 거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니까 당연히 막아야 한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하지만 신문에 내는 거 하고는 다른 거잖나. '삐라' 뿌리는 건 전시에나 하는 물리적 행동인데 민간인이 전투행위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2014년 10월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입구에서 시민들이 도로에 뿌려진 우익단체의 대북전단을 수거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임진강과 맞대고 있는 탄현면에 심경식 주민자치위원장도 "대북전단을 날려서 북측에서 포라도 쏘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힘들어진다"면서 "(마을 내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힘든데 위기감이 조성되지 않느냐"면서 "이쪽 주민들한테는 불안하기만 하고, 보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햇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를) 안 했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뿌린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남북이 서로 사이가 좋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사이가 썩 좋은 것 같지 않으니까 자꾸 불안하다"고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

파주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순히 이번 대북전단 살포의 경우만 막는 게 아니라 입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재영 겨레하나 파주지회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자기네들이 구속되고, 벌금 몇천만원씩 받는다고 하면 못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금지법을 제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나 파주시에서도 조례가 필요하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 결의안' 입법이 늦어지는 경우를 대비해야 하고, 입법과 이중으로 걸어놓으면 강력한 처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우선할 수 없다"면서 "예전에는 여기에 사람이 못사는 지역이었는데 김대중 정부 시절 2000년 기점으로 남북이 서로 왕래가 되고 해서 좀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는 평화가 직접 생계와 연결돼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