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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언급한 아파트 후분양제 따져보니

투기 유발·건설사만 유리한 선분양제 전환에 가속도 붙을까…시민사회 “미래통합당 당론으로 체택하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14ⓒ김철수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분양제를 도입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자”고 지난 14일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후분양제는 선분양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고 완공 후 입주하는 방식이 선분양이라면 건설업자들이 아파트를 다 짓고 소비자들에게 파는 방식이 후분양이다.

해외에선 선분양과 후분양이라는 용어가 없다. 청약금을 미리 내면, 주문한 대로 아파트를 만들어주는 방식이 극히 일부 사업에 적용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주택은 완공 후 매도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한국 처럼 선분양제가 보편화 된 나라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1970년대,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싶었던 정부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고안해 낸 것이 선분양이다. 주택을 공급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만 해도 건설업계는 영세했고 주택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금융시스템도 열악했다. 정부는 산업기반에 재정을 투여하느라 주택공급은 뒷전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늘지 않으니, 소비자 돈을 미리 끌어다 주택을 짓도록 정부가 허가했다. 선분양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이름이 다름 아닌 ‘주택건설촉진법’이다.

이법 32조에 따른 국토교통부 시행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는 시기는 ‘건축이 완료되는 때’가 아니라 ‘건설업자가 토지 소유권을 확보한 이후’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대부분 아파트는 공사를 시작하는 착공 단계에서 분양한다.

공사 전에 분양하면 공사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통상 계약금 20%, 중도금 60%, 잔금 20%를 공사가 진행되는 2~3년 사이 분할 납부한다. 건설사는 이 돈으로 공사한다. 건설사는 전체 분양대금의 80%를 무이자로 조달하는 셈이다. 반대로 소비자는 분양대금의 80% 이자를 손해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소비자들은 건설사의 모델하우스만 믿고 수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선분양을 끝낸 건설사들이 비용절감에서 과욕을 부리면, 부실시공이나 계약과 다른 내구재 사용 등의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주택소비자들은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분양제가 투기 수요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시기에는 너도나도 분양을 신청한다. 입주 시점이 오는 2~3년 뒤 가격이 오를테니 미리 주택을 확보하자는 심리다. 건설사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 분양가가 높아지면 주변 주택 가격까지 함께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분양권이 시장에 풀리면서 매매 때 마다 가격을 끌어올리는 고질적인 문제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 할 때마다 분양권 전매금지를 외치지만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매 행위는 분양권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근절 되기 어렵다.

부동산 과열 시기에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아파트 공급은 극단적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정부는 분양가 산정 과정에 개입해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양가를 시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다소 낮게 책정한다. 새 아파트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낮게 시장에 나오니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린다고 해서 ‘로또 아파트’라는 조롱 섞인 표현이 등장했다. 로또 아파트를 노리는 투기 수요가 몰려들어 다시 가격을 올린다.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김 비대위원장 제안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후분양제 확대를 장기 정책 과제로 두고있다. 정부는 2018년 6월 발표한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에서 오는 2022년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공사 등 공기업은 2019년에 2,200세대를 공급했고, 올해 5,500세대를 후분양한다.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판매하면서 후분양을 조건으로 한 물량도 7천세대 가량 시장에 나온다.

다만, 이들 물량은 시공률이 60% 수준에서 분양한다. 시공률 60%는 통상 골조 공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장과 인테리어까지 100% 마무리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에서는 100% 완공후 분양하는 방식도 실험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동탄2기 신도시에 짓고있는 1227세대, 총공사비 5,080억원 규모의 이 단지는 100% 완공 후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소비자들은 완벽하게 지어진 아파트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후분양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 변화 과정에서 소비자나 건설업자나 혼선이 불가피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유동성 과잉 시대에 건설사가 자금을 빌리면 된다”고 간단하게 말하지만 건설사마다 사정이 다르다. 10대 건설사 등 신용등급이 안정적인 회사는 자금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겠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높은 이자를 줘야한다. 상황에 따라선 주택공급이 단기간 축소될 수 있다.

건설사가 부담한 자금 조달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경우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후분양은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하지 않는 만큼 이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김 비대위원장의 말은 일면 타당하지만, 유일한 정답일 순 없다. 부동산 과열 양상에서 선분양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지만, 집값 상승의 원인이 선분양제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 없다’는 김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는 투기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주요한 방안으로 세금 정책을 꼽고 있다. 그간 세금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세금 정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를 낼 만큼 강력한 세금 정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랫동안 후분양제 실시를 촉구해온 경실련의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미래통합당은 전면적 후분양제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해야한다”면서도 “세금 정책이 의미가 없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실효세율을 대폭 높이는 세금정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세금이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