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기다린 재판, 한국 정부 또 기다리게 해”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의 한숨
정부 측 재판 연기에 서면 답변 늦장 제출..“한국군 학살 입증 안 돼”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민간인 학살 피해를 입은 마을의 생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소를 제기한 지 6개월만에 열렸으나, 정부의 늦장 답변 제출로 10여분 만에 끝났다.
이에 학살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60)는 "저의 기다림보다는 한국 정부가 늦는 것 같다"며 섭섭한 마음을 표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조상민 판사심리로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사건에 대해 응우옌티탄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지난 4월 21일 국가배상소송 소장을 제출한 뒤 6개월만에 열리게 됐다. 당초 8월 12일 첫 변론기일이 잡혔지만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정부 측의 요청으로 재판이 미뤄진 탓이다.
그러나 정부 측이 기존의 서면 답변을 취하하고 새로운 답변서를 이날 오전에 제출하면서 응우옌티탄 씨의 변호인에게 송달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에 이날 재판은 본격적인 변론없이 각 측의 주장의 요지만 간단하게 밝히고 10여분 만에 끝났다.
응우옌티탄 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진상규명을 위한 TF(테스크포스)' 변호사는 재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무장한 군인들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확인을 구하고자 소를 제기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밝혔다.
응우옌티탄씨와 민변 베트남전쟁TF에 따르면 1968년 2월12일 한국군 청룡부대 제1대대 제1중대 소속 군인들은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을 습격해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
당시 7세였던 응우옌티탄씨는 복부에 총격을 입는 부상을 당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변호인단은 "(학살로) 가족이 사살당하는 피해를 입었기에 위자료 3천만원을 (한국정부에) 청구한다"며 "당시 거주했던 마을 주민 진술·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감찰 보고서, 남베트남 군인이 작성한 보고서, 참전했던 한국 청룡부대 소속 군인 진술이 증거 요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대리인은 "(민간인 학살이) 입증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정부 측은 답변서에서 1965년 한국과 남베트남 사이 약정으로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소송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한민군 감찰보고서가 원고 측에 유리한 부분만 제출돼 퐁니마을 사고를 민간인 학살로 오역했을 가능성이 있고, 베트남군이 한국군으로 위장해 퐁니마을 사건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응우옌티탄 씨 측은 민간인 학살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참전 군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응우옌티탄씨 측은 당시 참전 군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관련 국가배상소송 1차 변론기일 경과보고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한베평화재단응우엔티탄 씨가 학살에서 살아남은 52년이 흐른 뒤 진행된 첫 재판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1일에서야 열린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응우옌티탄 씨는 화상통화를 통해 "오늘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데 막 오늘 재판에서 한국 측 변호사조차도 한국 정부이 답변서를 못 봤다니 제 기다림보다는 한국 정부가 늦는 거 같아 섭섭한 마음"이라며 "다음 재판까지 한국 정부의 좋은 답변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또다시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첫 재판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피해자를 도와 달라고 말하지 않겠다. 공정하게 재판해 줄 것을 바란다"며 "이 재판 결과가 학살로 인해 목숨 잃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저와 같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사회인 한국의 재판장에서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응우옌티탄 씨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서 이 같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지난 2018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살의 참상을 알렸으며, 지난해에는 피해자 103명의 의견을 모아 진상조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응우옌티탄 씨가 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유엔특별절차에 따른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유엔 특별보고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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