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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배달 음식과 온라인 쇼핑 등이 늘어나며 폐플라스틱이 무섭게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5.6% 증가했다. 국내에서만 하루 평균 848톤의 플라스틱이 버려진다. 이에 택배 박스, 일회용 마스크 등이 더해지며 생활 쓰레기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정부의 규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무용해졌다.
커피 한 잔을 사먹으려 해도 딸려오는 플라스틱이 너댓개가 된다. 배달 음식을 한 번 먹고 나면 음식 기름이 묻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처럼 플라스틱을 구매하지 않을 선택지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 요즘, 이러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점이 있다. 물건의 ‘알맹이’만 판다는 뜻의 ‘알맹상점’이다.

“낱개 포장 빼주세요. 불량은 감수할게요”
유통부터 판매까지 알맹이만 받는 상점
‘리필 스테이션’에서 리필 받고,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재활용하기
“왜 이렇게 이고 지고 살았을까. 저는 돈을 벌면서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었던거죠. 그게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예요. 플라스틱 문제를 알게 되면 그렇게 살지 않았을텐데. 누군가 이런 걸 알려줬더라면 그렇게 안 했을텐데. 그래서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이주은(29, 활동명 ‘은’) 씨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대학생부터 교제하던 지금의 배우자인 남자친구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은 씨에게도 그 영향이 닿았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자신을 나무라는 남자친구를 그 때는 기분 나쁘게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 후 새 집으로 짐을 들이는데,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쓰레기를 내다버리다 문득 ‘이게 정말 재활용이 될까’라는 의문이 생긴 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도 없이 그저 돈벌기에 바빴구나. 어떻게 하면 이런 플라스틱 문제를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 하다가 집 근처에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시작했어요. 쓰레기는 더러운 게 아니라,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죠. 그러다가 ‘알짜’에 합류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금자, 래교, 은 3인의 공동대표가 마포구 망원동에 설립한 ‘알맹상점’은 지난 6월 문을 연 신생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스탠 필터나 천 필터, 다회용 면봉, 천연 수세미 등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화장품과 샴푸, 세제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이용할 수 있다. 셀프 소분숍을 운영하기 위해 공동대표 금자 씨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증도 땄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기여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성품을 구해다 비닐 포장을 벗기는 식으로 판매할 순 없다. 유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개별 포장이 되지 않은 제품을 사들이는 것이다. 개별 포장된 제품의 비닐을 까서 진열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추가 비용을 물어가면서까지 숱하게 반품도 했다. 단가를 낮게 책정하고 B급 상품을 선보이며 업사이클링 제품은 비싸다는 인식, ‘새 상품’만을 고집하는 인식도 바꾸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새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거든요. 스크래치가 난 게 사용에 문제는 없는데, 사람들은 쉽게 반품하고 그러면 또 그 과정에서 쓰레기가 생기죠. 이런 인식도 바꿔주고 싶어서 B급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고 있어요.”
알맹상점은 단순히 제로웨이스트 숍으로서 판매만 하는 건 아니다. 상점 한켠에는 페트병 뚜껑과 실리콘 등 재활용이 가능한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는 ‘커뮤니티 회수센터’가 마련돼 있다. 회수센터에서는 색깔별로 모아진 페트병 뚜껑, 우유팩, 커피 찌꺼기, 브리타 정수기 필터, 실리콘 등을 모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출은 반토막이 났지만, 재활용품 수거량은 더 늘었다. 7월 달에만 40kg, 8월달에는 104kg, 지난달에는 120kg 가량의 재활용품이 모였다.
“저희 상점이 대로변에 있어서 주차가 안되거든요. 그런데도 이고 지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죠. 재활용품을 싸오시거나, 리필 받으시려고 용기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분들을 보면 뭐라도 하나 더 드리고 싶고. 쓰레기를 갖고 오신 분들에게 저희가 분리수거 교육도 해드리죠. 저희는 매달마다 모인 쓰레기 양, 재활용 현황을 공개하는데, 많은 분들이 그걸 보며 쓰레기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세요.”

‘비닐 봉투’가 상징이 되어버린 망원시장
잡상인 취급 받던 ‘알짜’가 상점을 차리기까지
‘알맹상점’은 지난 2018년 서울 마포구의 전통시장인 망원시장에서 출발했다. 망원시장은 까만색 비닐봉투가 시장의 상징으로 불릴 정도로 비닐봉투가 많이 소비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 4월 전국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하는 시행령이 개정되긴 했지만, 전통시장은 이러한 규모적 규제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당시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펼치던 20여 명의 환경 활동가는 ‘알맹이만 원하는 자’, 이른바 ‘알짜’라는 이름으로 ‘망원@알맹시장’ 캠페인을 펼쳤다. 비닐봉투 대신 알짜 활동가들이 기부한 에코백을 손님들에게 대여해주자는 취지의 캠페인이었다. 현재 알맹상점의 공동대표인 고금숙 활동가(활동명 ‘금자’)가 나서 시장 상인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잡상인 취급을 당하기도 했어요. 금자 님이 상인회에 참석해 설득을 엄청 했죠.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힌 사진 등을 보여드리면서 쓰레기 문제가 우리에게 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어요. 예전에는 상인 분들이 빨리빨리 팔아야 하는데 귀찮고 번거롭다, 에코백이 비닐봉투보다 더럽다, 라는 이유로 꺼려하셨어요. 지금도 사실 34여 개 업체와 협약하고 있긴 하지만, 진짜 열심히 하는 곳은 1~2곳 정도? 그래도 예전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세요.”

“포장은 당연한 게 아니예요”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알맹 상점’
알맹상점은 지난 6월에 문을 열어 이제 4개월 차가 됐지만 전국적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로 폐플라스틱의 심각성을 깨달은 2~30대 청년층부터, 시장에서 소식을 듣고온 60대 이상 장년층까지 상점에 방문한다. 소분숍을 운영하고 싶다며 자문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고 한다.
“초반에는 반은 손님, 반은 하고 싶다는 분이었어요.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접근하는 분이 있는 반면, 이런 가게들이 ‘핫’한 것 같고, 카페의 대안점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보였어요. 겉으로 봤을 땐 그냥 비닐 벗겨서 적당히 유기농 제품이라고 팔면 되겠지, 하시는데 사실 이런 생각은 저희 취지와 전혀 맞지 않거든요.”
현재 국내에 제로 웨이스트숍은 수도권 기준 6~7 지점, 전국적으로 10여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은 씨는 제로 웨이스트숍이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숍의 취지와 목적성을 잘 지켜 운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통부터 판매까지의 과정이 쓰레기를 덜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많은 곳에 제로 웨이스트숍이 생기는 건 좋지만, 가게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예요. 이윤이 남고 안 남고는 그들의 문제지만, 잘못된 제로 웨이스트숍에서 저희의 가치가 전달되지 않거나 나쁜 이미지를 형성하면 다른 제로 웨이스트숍에게도 큰 타격이 갈 수 밖에 없거든요. 알고보니 비닐 봉지를 까서 팔더라 이런 이야기가 나거나, 리필은 더럽다거나 이런 인식은 한 개인의 가게에만 씌워지는 게 아니니까요.”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용이라는 과정을 거친 제품이라고 하여 비싸거나 촌스러운 게 아닌, 자연스럽게 기성품과 대체 가능한 수준의 물품을 소개하되 가격도 지속적으로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게 은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알맹 상점에 진열된 친환경 제품은 대나무 칫솔 1천원 대 등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사실 지금 몇몇 제로 웨이스트숍을 보면, 가격이 많이 높게 책정돼있는 것 같아요. 2~30대 소비층에게는 한 번 사고 두 번은 못 살 물건이 많아요. 이런 소비층을 잡으려면 내가 먼저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나도 할 수 있겠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지만 지속이 가능하거든요. 저희는 그렇게 지속 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생활 습관을 전파하고 싶어요. 저희도 그런 곳이 필요해서 알맹 상점을 열게 된 거예요.”
플라스틱은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으므로, 일상에서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하나하나 비닐 포장된 볼펜과 칫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통에 담긴 화장품 등 불필요한 포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은 씨는 설명했다. 그는 “기업에게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하는 법은 제 생에는 없을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도,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장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포장지나 케이스를 당연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이게 왜 이만큼이나 쌓여있지, 라고 반대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는 플라스틱 문제의 책임이 생산자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일반적으로 저희가 택배를 시켰을 때, 스크래치가 난 상품이라면 바로 반품하잖아요. 포장되지 않은 제품은 깨끗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상점을 하다 보면 과대 포장을 인식하고 오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 사이의 생각 차가 무척 크다는 걸 알게 돼요. 그 때 깨달았죠. 인식 변화가 생겨야지만 포장을 깔 수 있겠구나. 언젠가 포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정말 커지는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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