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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야기]“진보의 의미 재정의할 필요 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 통진당에 대한 낙인은 해결 과제 강조

민중당은 지난 6월 당명을 진보당으로 바꿨다. 당대표로는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출됐다. 당명과 관련해 내부에서 “진보당이라는 이름이 좋긴 하지만 통합진보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통진당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낙인효과를 가진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진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 진보당(당시 민중당)은 1.05%(29만5612표) 지지를 받았다. 정당득표율 3% 미만이면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없다. 총선 평가에 대해 김 대표는 담담했다. 시민들 각각의 지지가 정당에 대한 투표로 이어지기보다는 ‘촛불 정국’을 완성하기 위한 투표였다는 평가다. 진보당의 목표는 ‘대중적인 진보정당’, ‘대중적인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갈 길은 멀다. 편견과 낙인 극복은 쉽지 않은 과제다. 김 대표는 “낙인? 당연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석기 내란 음모사건과 통진당 해산, 의원직 박탈 등 일련의 사건은 진보정당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진보당 당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지만 매우 바쁘다. 어제는 전남 구례에 수해복구 활동을 갔다. 오늘은 택배 현장에 다녀왔다. 몇시간 택배 현장을 다니다가 그만했다. 내가 따라다니는 게 오히려 그분의 작업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 같더라. 현장을 다니면서 단지 어려움을 듣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직접 해보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1.5% 지지를 받았다. 총선 평가는?

“2016년 촛불부터 이번 총선까지가 하나의 흐름이라고 본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대통령 한명만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목격했다. 국회 구성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지향보다는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동기가 강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총선까지가 이른바 ‘적폐 청산’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 새로운 단계로 나가는 시간이다.”

-민중당에서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

“대중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생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명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약칭이 진보당이었기 때문에 괜찮을까 하는 고민이 한켠에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부 여당이 ‘진보’라고 호명되는 상황에서 진보라는 단어, 진보정당의 역할을 규명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기라고 봤다.”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 인지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모든 정치뉴스가 국회 안의 이슈만 다룬다. 여야 갈등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실 이런 구조 안에서 인지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장을 주로 간다. 인지도가 완전히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지도가 없다면 당원이 늘지 않아야 하는데,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증가 추세다. 비정규직, 특수고용, 소상공인 등이 주로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진보당, 앞서서는 통진당에 대한 낙인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6년 가까이 됐다. 조금 나아졌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극복하지 못했다.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내란음모 사건, 통진당 해산, 의원직 박탈 등 일련의 과정에 박근혜 정권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정권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해 평가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재심을 통해서 법률적인 판단을 받은 것도 아니다. 의원직 박탈 관련 행정소송은 6년이 지났는데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과 얽혀 있어서 길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나.

“당연히 기대했다. 적어도 국가보안법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봤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많은 이들이 국보법 피해자다. 그런데도 국보법이나 당시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왜일까? 모르겠다. 박근혜 정권이 공안정국을 형성할 당시 어떤 사람들은 이에 가담했고, 어떤 사람들은 외면했다. 그런 상황들 때문일까? 노회찬 전 의원만 이와 관련해서 여러 활동을 해주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열릴 때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2008년 종북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지금도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종북은 말 그대로 북한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령을 받아서 활동한다? 진보당은 동의하지 않는다. 종속되어 있다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맞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방예산 감축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종북은 아니다. 북한에서 진보당? 불러주지도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잘 나가는 사람들이나 부르지.(웃음)”

-왜 진보당이 정의당과 함께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꼭 과거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통진당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었다. 민주노동당부터 지금까지 죽 본다고 했을 때, 당 지도부에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당원 구성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당 성격과 색깔을 들여다봤을 때 합칠 수 없다.”

-진보당이 주력하는 사안은 뭔가.

“당원 중에 택배노동자가 많다. 택배노동 관련 기자회견을 매일 하는 것 같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나아가 정치적인 활동을 벌이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 또 다른 결로는 국방예산 감축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하지만 동시에 국방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방예산이 늘어나는데 평화가 올 수 없다. 원내에서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의원직 박탈 이후 개인적으로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

“수년 동안 많은 언론이 김재연이 다시 정치를 하는지, 옛 통진당 세력이 다시 정치는 하는 것 아니냐, 정치하면 안 된다 등의 메시지를 내보냈다. 의정부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한동안 지냈다. 그럼에도 진보정치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통진당이 없어지고 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누군지, 가장 피해받는 사람은 누군지를 생각했다.”

-의정부을 지역구에서 20대,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다음 총선도 준비하고 있나.

“물론이다. 진보정당은 해도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두 거대 정당의 지역조직, 가령 향우회나 보훈회 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진보정당은 이제 20년이 됐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거대 정당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길게 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