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vop.co.kr/A00001523542.html

우리들 안에 숨어있는 마피아를 말과 행동을 통해 추리해 찾아내는 ‘마피아 게임’. 서로의 말과 행동에서 아주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한다. 또 상대의 의심을 살까 조심 또 조심한다. 그러다 마피아로 의심돼 지목되면 자신이 마피아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변호에 나선다. 하지만, 이미 의심하기 시작한 이상 자신이 마피아가 아님을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다 마피아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누군가 억울하게 죽어도 마피아 게임은 계속된다. 지난 2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다큐영화 ‘게임의 전환’은 국가보안법을 바로 이 마피아 게임에 비유해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 우리의 마음속까지 지배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마피아 게임처럼 국가보안법은 “우리들 안에 빨갱이가 있다”는 주장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 사회의 잔인한 게임은 우리와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우리들 사이에 숨어있는 빨갱이를 찾아내기 위해 마피아 게임처럼 서로를 의심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마치 게임에서 시민이 마피아로 몰려 죽어가듯이 많은 이들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하지만,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믿게 만든다.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1948년 제정 이후 한국전쟁 과정에서 100만 명의 민간인 학살을 낳았고, 지금도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영화는 국가보안법의 탄생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그것이 역사를 되돌린 게임의 전환이었다고 꼬집었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은 일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 군정은 공산주의 차단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승만, 그리고 과거 일제강점기 권력을 잡았던 친일세력들은 이런 미군정과 손을 잡았다. 이런 이해 속에서 국가보안법이 탄생했다. 국가보안법은 제헌국회가 일제의 법령과 미군정 법령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방법으로 법의 공백을 막으면서 진통 끝에 만든 ‘특별한’ 법령이었다. “친일파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던 우리의 사회는 “우리들 안에 빨갱이가 있다”는 이들의 선언으로 하루 아침에 달라지고 만 것이다. 이것을 이 영화에선 ‘게임의 전환’이라고 보았다.


국가보안법이 가진 위험성을 당시 제헌의회와 언론에서도 충분히 알았기에 반대 여론이 컸고, 그 때문에 ‘비상시기의 비상조치’라는 이유를 붙여 통과시켰다. 영구 존속이 아니라 형법으로 흡수할 예정이라고 민심을 달랬다. 그러나 형법이 제정되고 난 뒤에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72년이 지난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다. 70년 넘게 이어지는 질긴 생명력의 기반엔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선 의심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국가보안법이 만든 체제는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조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몰릴 수 있게 만들었다. 침묵과 자기검열은 우리에게 최고의 삶의 지혜처럼 여겨지게 했다.
누군가는 이제 사문화됐는데 굳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느냐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는 국가보안법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국가보안법 폐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도 바로 지금 폐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영화는 국가보안법이 통일운동, 노동운동을 하는 특정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국민의 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국민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우리 체제에 대해 자유롭게 사고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을 넘지 않을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기 때문이라고 이 영화는 분석한다. 동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도 북에서 쓰기 때문에 사라지게 되고,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정책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사회주의로 몰리면 어떻게 하지를 우선 고민하게 한다. 이런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고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자유로운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바꾸는 게임의 전환이자.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다. 상영시간은 49분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국가보안법이 가진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국가보안법 폐지가 가져다 줄 우리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들 안에 빨갱이가 있다”는 국가보안법 설계자들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서로의 얼굴에서 악마의 표식을 찾는 잔인한 게임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