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vop.co.kr/A00001523577.html[기고] 동맹국에 오염물질 버리고 가는 게 미국의 우정인가

- 춘천 옛 캠프 페이지 부지 부실 정화 논란에 부쳐

(왼쪽)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곳이 과거 캠프페이지 부지. (오른쪽) 옛 캠프 페이지 부지 내에 세워진 문화재 발굴 조사 안내문
(왼쪽)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곳이 과거 캠프페이지 부지. (오른쪽) 옛 캠프 페이지 부지 내에 세워진 문화재 발굴 조사 안내문ⓒ사진 = 녹색연합

경춘선 춘천역에 내려 출구를 나오자마자 길 건너편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터가 있다. 높은 울타리가 쳐진 이 곳은 과거에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가 있던 부지다. 지난 10월 27일, 이곳에서는 통째로 묻은 기름통 여러개가 발견되었다. 통 대부분은 폐기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문화재 발굴 조사를 위해 중장비로 넓이 10×10의 표토층을 걷어내던 중이었다. 얼마 파 내려가지도 않은 깊이 약 1~1.4m 부근에서 무려 35개의 기름통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 땅은 이미 13년 전에 주한미군으로부터 우리 정부에 반환되어 정화 작업을 거졌고, 춘천시가 다시 사들인 곳이다. 문화재 발굴 후 춘천시민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줄 알았는데, 유전도 아니고 땅 속에서 자꾸 기름이 발견된다. 이 때문에 춘천에서는 지금 논란이 뜨겁다.

캠프 페이지는 지난 1958년 국방부 소유였던 땅(665,658m²)에 미군 유도탄기지사령부 특별지원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활주로와 격납고, 유류 및 물품 창고가 있었고, 항공대, 시설부대, 항공수송대가 주둔하였다. 기지 내에는 유류저장탱크만 96개에 달했고, 주유소는 11개나 있었다. 이후 미국 정부의 미군 재배치 전략에 따라 2005년 기지가 폐쇄되었고, 2007년 5월 한국 정부에 최종 반환되었다.

반환 뒤 3개월 동안 환경오염 조사가 진행되었고 한국농어촌공사가 2011년 12월에 정화를 최종 완료하였다. 2005년 처음으로 국정감사에서 일부 공개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반환 예정 미군기지 15곳 중 14곳이 ‘토양환경보전법’에 정해진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이중 캠프 페이지의 경우 기름오염이 기준치의 100배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경부가 반환 이후 2008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6개 주한미군기지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당시에도 캠프 페이지는 오염 기준치를 초과한 바 있다.

2020년 5월 발견된 토양 오염 상황. (왼쪽) 지하수에 기름이 둥둥 떠있고 악취가 진동한다. (오른쪽) 땅 속에서 아스콘 층이 발견됐다.
2020년 5월 발견된 토양 오염 상황. (왼쪽) 지하수에 기름이 둥둥 떠있고 악취가 진동한다. (오른쪽) 땅 속에서 아스콘 층이 발견됐다.ⓒ사진 = 녹색연합

오염 사례는 최근에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캠프페이지 부지 땅 속에서 기름띠가 발견되었는데, 토양 시료 채취 결과, *TPH(Total Petroleum Hydrocarbon·석유계 총 탄화수소) 기준의 약 5~6배 가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이 추가 조사를 했을 때는 넓게 형성된 아스콘층 등이 발견돼 또 다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이후 모든 작업은 완전히 멈췄고 춘천시와 국방부가 약 4개월 만에 겨우 재조사와 민간검증단 구성 등에 합의를 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서른 개 넘는 기름통이 또 발견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번에 유류 오염이 확인된 지역은 아예 ‘비오염원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진행되면 환경 정화에 대한 협상도 같이 진행된다. 이 때 미군은 기지 내 시설과 오염 사고 등 기본적인 자료를 한국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제대로 된 자료를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거나 미군 측의 자료가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할 만한 어떠한 장치도 없다. 미군이 오염 지역을 대충 덮고, 오염된 곳이 아니라고 거짓으로 일관해도 적극적으로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 드러난 미측의 유류오염사고 거짓 보고다. 녹색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FOIA(Freedom of Information Act·미국 정보 공개법)을 통해 미측으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에 따르면, 1990년~2015년까지 25년 동안 서울 용산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 사고가 모두 84건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사고 건수는 고작 13건에 불과했다. 거기에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사고 6건이 누락돼 있어, 최소 90건 이상의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은 오염사고 시 유출량이 1000갤런(3789L) 이상이 되면 자체 기준 ‘최악’으로 분류하는데 무려 7건이나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니 주한미군이 어딘가에 쓰레기를 묻어놓고 가버려도 우리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국방부는 이렇게 반환 받은 기지를 전수조사 하는 게 아니라, 오직 미 측의 허술한 자료에 근거해 오염 가능성이 있는 지역만을 정화하는 게 현실이다.

10월 27일 문화재 발굴 조사 과정 중 옛 캠프 페이지 부지 땅 속에서 발견된 기름통들. 기름이 흘러나온 일부 통들은 검은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고, 다른 일부는 아직 그대로 땅 속에 묻혀있는 상태다.
10월 27일 문화재 발굴 조사 과정 중 옛 캠프 페이지 부지 땅 속에서 발견된 기름통들. 기름이 흘러나온 일부 통들은 검은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고, 다른 일부는 아직 그대로 땅 속에 묻혀있는 상태다.ⓒ사진 = 캠프 페이지 토양오염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원회

전국적으로 보면, 정화가 완료된 반환 미군기지에서 오염이 다시 확인된 곳은 캠프 페이지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에 위치한 반환 미군기지(캠프 시어즈)에서도 오염 토양이 발견되었다. 이곳 역시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가 정화를 완료한 곳이다. 현재 동양대학교가 들어선 경기도 동두천시의 캠프 캐슬 부지는 2015년 정화했으나 고작 몇 개월 후인 2016년에 오염이 발견되었다. 서울 용산구의 전 유엔사 부지도 개발 도중 토양오염이 발견되었다. 이 곳은 2011년 국방부가 정화작업을 완료해 매각했으나, 2018년 조사에서 오염이 발견됐다.

이렇듯 미군기지의 토양 오염 사고는 기름 유출이 매우 심각해 기지 밖으로 확산되어 눈에 띄거나 냄새로 확인된 경우에야 미측이 우리 쪽에 통보하여 확인된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기지 내부에서 어떠한 불법행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내부 제보가 없는 경우 우리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니 정부는 2000년 이후 오염정화를 추진한 모든 반환 미군기지에 대해 정화와 복원에 대한 재검증을 해야 한다. 반환미군기지에 대한 전수조사 방법과 정화 방법을 재정립해야 한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및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검증단을 꾸려 강도 높은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문제와 정화 논란의 뿌리에는 불평등한 SOFA(The ROK-US Agreement on Status of Force in Korea·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가 자리잡고 있다. 70여년 전의 소파 협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전쟁 직후의 약소국이 아니다. 미측은 양국이 동등한 수준으로의 소파 개정은 외면한 채,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정부에게 돈만 요구하고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의 환경주권, 생명주권을 짓밟고 있다. 한국 정부는 엄연한 주권 국가 정부로서 미측에 즉각 소파 개정을 요구하고, 동맹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동맹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동맹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TPH(Total Petroleum Hydrocarbon):총석유계 탄화수소. 유류(기름)에 오염된 시료 중에서 주로 등유, 경유, 제트유, 벙커C유로 인한 오염 여부를 판단함.

**FOIA(Freedom of Information Act): 미국 정보 공개 청구법. 미국 정부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의 신청 기록이나 정보를 공개 요청할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신청 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