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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특집➁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하는 이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이 드라마는 극우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랑의 불시착도 국가보안법 고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문재인 대통령, 이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작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수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는 겁니다. 북한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북한을 찬양했다고 고발당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처벌을 받는다면,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사회가 좋다고 한마디 했다고 처벌한다면 바람직한 사회일까요?

북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알지도 못하게 하고서도,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거나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이유로, 술 취한 사람들의 신세 한탄까지도 처벌하는 악법 중의 악법, 73년간이나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헌법 위의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분단을 반대하는 사람들, 단독정부를 세우려는 이승만

국가보안법 제정 당시의 상황과 제정 이유를 보면 이 법의 성격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일입니다. 36년간 일제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받고, 드디어 해방이 되었습니다.

선조들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까요? 사람을 신분으로 등급 매긴 봉건제와, 조선인을 2등 국민 취급하던 식민잔재를 모두 청산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사람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제도들 모두 없애고, 지위고하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대우받고 일한 만큼 살 수 있는 나라, 외세든 내부 권력자든 누구로부터도 자유로운 민주적인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이승만이 나타납니다. 이승만은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자고, 남한만의 총선거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반공을 국시로 내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분단 상황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남한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제주도에서도 통일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는데, 바로 몇 년 전에 가수 이효리도 언급했었던 제주 4.3 항쟁입니다. 당시 이승만정부는 남한 단독선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평범한 제주도민들을 사살하고 진압했고, 여수순천지역에 있던 군인들은 이 제주도민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항쟁을 일으켰습니다. 유명한 여순사건입니다. 

정치적 반대자의 탄압하고자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이던 치안유지법으로 국가보안법을 만들다

결국 이승만은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웠습니다. 대통령이 되고서 가장 싫었던 사람들이 누굴까요? 여순사건, 제주 4.3항쟁처럼 자기에게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 아닐까요?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를 ‘좌익세력’이라고 몰아붙이며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 ‘법’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국가보안법입니다. 그 후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시대에도 그리고 역대 정권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 국가보안법이 악용되어 왔습니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1월 9일 국회에 제출되고 한 달도 안 된 12월 1일 공포되고 시행되었습니다. 법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원래 있던 법을 단어만 살짝 바꾸는 겁니다. 바로 그때 가져온 법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였던 ‘치안유지법’입니다. 해방 된 지 3년밖에 안 되었는데 독립 운동가를 잡아들이던 법을 베껴서 만든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연히 거부감 들지 않으세요? 그래서 이 법을 만들 당시 국회의원들까지도 반대를 많이 하자, 당시 이승만 정부는 “이와 같은 법률은 영구히 시행될 것이 아니고 다만 잠정적인 비상시의 탄환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변명을 하였습니다. 


평화통일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사형 언도를 받은 조봉암 대표(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정권과 대립한 인사들은 모두 국가보안법으로 탄압

그러나 비상시기 한시적 임시조치법임을 근거로 반대를 무릅쓰고 제정되었던 국가보안법은 결국 이승만 정권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탄생시킨 그 목적에 맞게, 제정되자마자 약 11만명의 사람들을 처벌하는 무기로 사용됩니다. 제정을 반대했던 국회의원 13명도 역시 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소위 ‘국회프락치 사건’입니다. 

이승만 대통령 때는 ‘진보당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 지금 진보당 아니고 그때 진보당입니다) 그때 대표가 조봉암이라는 사람이었는데, 평화통일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1959년도에 사형 선고를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무려 50여 년이나 지난 2011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박정희 정부 때는 정말 많은 인사가 탄압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국가전복의 지향을 가지고 단체를 구성해서 그 국가전복의 음모를 실행했다는 ‘인혁당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매우 유명한데 그 이유는, 사형을 선고한 그다음 날 바로 사형을 집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혁당 사건은 국가가 법을 이용해 무고한 국민을 살해한  사법살인 이자  박정희 정권 시기에 일어난 대표적 인권 탄압의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에서는 다들 아시는 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로 사형까지 구형받습니다. 그 후 역시 20년이 지난 200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최근 사건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사건,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 아직까지 실형을 살고 있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이 있습니다. 국정원이 선거개입 댓글공작을 해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져 정권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회의원이 북과 연계하여 내란을 모의했다고 사건을 조작해서 터트리고, 정권에 대한 분노의 여론을 덮어버립니다. 내란음모죄는 결국 무죄로 판결났습니다. 하지만 내란선동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석기 의원은 여전히 8년째 복역 중입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막걸리 국가보안법

이제부터는 정말 황당한 사례 몇 가지를 말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김일성 잘 생겼다”라고 말했다가 처벌을 받고, 재심을 청구해서 작년에 무려 41년 만에 무죄를 받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그분이 95세였습니다. 그 외에도 막걸리를 마시면서 술김에 대통령 욕을 해도 잡아가고,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해도 잡아가고, 자기 집이 철거당해서 욕으로 “김일성보다 더한 놈들”이라고 하니까 잡아가기도 했는데, 그래서 나중에는 ‘막걸리 보안법’ 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영화 ‘7인의 여포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영화 내용에 여군이 중국군에 의해 위기를 겪는데 북한군이 도와줍니다. 그래서 그 북한군을 보고 ‘참 멋진 남자야’ 라고 대사를 했는데, 이 영화 내용이 북한을 찬양했다고 감독이 처벌받을 뻔했습니다.

‘무림파천황’ 사건도 있습니다. 이게 무협지인데 내용 중에 공산주의 이론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으로 고발되고 작가가 감옥에 갔습니다. 심지어는 2000년도까지도 군대에 반입금지 되었던 유일한 무협지였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사진관을 운영하던 박정근씨는 우연히 알게 된 북한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윗했다고 구속까지 되었는데, 결국 2014년에 무죄를 받았습니다. CNN은 이 박정근씨 사건을 두고 “남한의 농담은 감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South Korean ‘joke’ may lead to prison”)

또 최근 판결 중에는 안소희 파주시의원과 많은 사람이 모여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노래 내용이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인데 정작 작곡가는 잡혀가지도 신고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작곡가가 법정에 북한 찬양의 목적이 없었다고 밝혔는데도 이 노래를 불렀다고 안소희 의원은 시의원직을 박탈당했습니다.

조작을 너무 대놓고 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있습니다. 유우성씨를 국가보안법으로 걸기 위해 중국의 문서까지도 조작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 사건은 무죄로 판결 나고, 오히려 국정원 직원이 고발당하고 형사처벌 받았습니다. 모두 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을 놔두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발전 할 수 있을까?

1948년에 비상시기니까, 한시적으로 만들어두자고 했던 법이, 1953년에는 국민 정서라는 것을 핑계로 상징적 가치의 면에서 명목상으로 남겨두자고 무책임한 결정을 한 후로부터 무려 70년 동안이나 살아남아 우리 국민들을 이렇게 괴롭혀 왔습니다.

그럼 지금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존재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뭘까요?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겁니다. 국가보안법은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자유,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억압합니다. 지금 LH 투기 때문에 엄청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사건을 보며, 사람들이 “토지를 모두가 소유해야 한다. 공적 소유하자”고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이 댓글에 누군가는 “너 북한을 추종하냐, 북한과 비슷한 주장을 한다, 공산주의 아니냐”고 댓글을 답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모든 생각과 주장들을 “북한을 이롭게 하는가, 북한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가”로 판단하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됩니다.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발전적인 의제를 제시하거나, 정치인들의 주장과 정책을 건전한 토론을 통해 검증하거나, 다양한 이론을 자유롭게 탐구하거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것들이 완전히 자유롭게 가능할까요 ?

국가보안법은 그 당사자가 사형당하고, 징역을 살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 친구들까지 고통을 받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됩니다. “내가 하는 말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도 되나?”,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이렇게 자기검열을 끊임없이 무의식적으로 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국가보안법은 사라진 법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거의 사라진 법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보안법으로 고발당했습니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은 최근에 더욱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SNS 등을 통해 일반 시민의 의견 표출과 의사소통이 더 활발해질수록 온라인에서의 검열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시기인 2018년부터 2019년 2년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받은 사람이 583명이나 됩니다.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으로 한창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진 때에도 국가보안법은 국민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법, 꼭 존재해야 하는 걸까요?

 

국가보안법을 폐지 할 수 있었던 순간

우리 역사에서도 국가보안법을 없앨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기회는 1953년 전쟁 후. 우리나라 법률을 재정비할 때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발의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회의원 총 102명 중, 92명이 기권한 채로 표결하여 폐지에 실패합니다. “국민 정서” 라는 모호한 이유로 “상징적 가치의 면에서 명목상 남겨두자”는 것이 당시 폐지 부결의 이유였습니다다. 이때의 안일한 결정으로 국가보안법은 이후 70년 동안 살아남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결정적 시기가 1953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였던 2004년에 약 51년 만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절호의 기회가 다시 찾아옵니다. 법률가 출신이었던 노무현 대통령도 “진작 박물관으로 사라졌어야 할 법”이라고 했는데, 많은 사람이 변화를 바랐지만 결국 이때에도 국가보안법은 살아남았습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너머
국가보안법 제정 73년, 이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

다시 생각해도 1953년과 2004년 폐지 시기를 놓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왜냐면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고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하고 표현할 자유, 생각할 자유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침해하고 있어서 누구라도 언제든 이 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평생 고통을 안고 살게 되는데,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피해는 아마 국민 전체가 받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3년이 되어가고, 마지막 폐지를 논의했던 2004년 이후 16년이 지난 상황입니다. 전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표현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교류하는 이 시대의 흐름에서 완전히 뒤떨어진 낡은 법은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배제와 혐오, 차별을 넘어 우리의 자유와 민주에 대한 상상력이 갇히지 않는 사회, 기본적인 인권을 진정으로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낼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진보당 당원 여러분, 국가보안법을 함께 폐지합시다.

 

글쓴이 이주희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이며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공동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너머(http://www.neome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