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차원에서 협동과 공생은 본능이라는 연구가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도킨스도 사람들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반대로 오해해서 책 이름을 바꾼다면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개체'인가로 바꿀걸 그랬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서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생물들은 협력할 수 있다는 연구와 책이 많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은 유전자 말고도 언어나 문화도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생물이다. 따라서 유전자 원리만 따르는 것도 유전자 원리주의자 도킨스의 한계다. 시야가 좁은 것이다. 최신 생물학 책을 별로 안보고 어설프게 19세기 수구적 이론을 추종하다니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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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에는 그의 병역 비리 의혹도 불거진 모양이다.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오른 이상 피할 수 없는 당연한 검증이기도 하다.
정치 문외한인 나에게는 그가 제1야당 대표에 오른 정치적 의미에 대해 언급할 능력이 없다. 그의 병역비리 의혹도(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지만) 정치권에서 철저히 검증을 할 것이므로 언급을 생략하겠다.
다만 그의 여러 주장 중 경제철학적 관점에서 한 가지 다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시종 일관 밀어붙이는 그만의 ‘공정’이라는 개념, 특히 약육강식의 세계를 공정으로 포장하는 그의 천박한 인식에 관해서다.
미국의 뭘 따라 해야 하나?
최근 지식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 대표의 세계관 중 이런 것이 있다. 이 대표는 대담집 『공정한 경쟁』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은 정글이죠. 또한 정글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습니다. 약육강식입니다. 강자가 다 먹는 세상이죠. 미국은 이런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아요. …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보는 것이죠. … 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도약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식 자유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받아들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이 대표가 생각하는 공정의 핵심인 듯하다. 정글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자가 다 먹는 세상 말이다. 비유하자면 사자와 사슴이 붙었을 때 “자, 둘이 공정하게 싸우세요. 글러브는 똑같은 걸 끼시고요, 2대 1로 싸우거나 무기 들면 안 돼요. 오로지 1대 1로만 맞짱 뜨는 겁니다”라며 심판을 본다.
그리고 사자가 싸움에서 이기면(사자가 사슴과 싸워 질 리가 있나?) “이게 공정한 세상입니다, 여러분. 이 둘은 공정하게 1대 1로 맞짱 뜬 거니까요. 잔인하다고요? 약육강식이야말로 자연의 섭리이자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에 오른 원리라고요!” 뭐 이렇게 주장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첫째, 이 주장에서 거슬렸던 부분은 “미국을 따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강자 추종 의식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잘 살기 위해서”는 박정희를 비롯해 세계 수많은 독재자들이 외쳤던 레토릭 아닌가?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06.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미국이 강대국이다”라는 말과 “미국의 약육강식 사회를 따라 해야 강대국이 된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왜냐하면 미국의 성공 요인이 약육강식 사회라는 증거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웨덴 복지국가의 완성자’로 불리는 올로프 팔메(Olof Joachim Palme) 전 총리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도중 미국의 정글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사회민주주의자로 돌아섰다. 이후 팔메는 스웨덴을 미국과 정반대의 사회를 지향하는 국가로 변모시켰다. 그 결과가 지금 ‘복지국가의 북극성’으로 칭송받는 스웨덴의 모습이다.
게다가 미국은 성공을 위해 너무 많은 비윤리적인 짓들을 저질렀다. 군수 자본의 이익을 위해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다거나, 남미의 주도권 회복과 글로벌 자본의 이익 수호를 위해 칠레 아옌데 대통령을 암살했다거나 하는 등의 일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미국처럼 잘 살기 위해 우리도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 대표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어이쿠, 그래야죠. 미국처럼 잘 살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하겠어요?” 뭐 이럴 셈인가?
사회적 다윈주의
그런데 이 대표의 사고에는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사회적 다윈주의라는 철학이 있다. 사회진화론, 혹은 사회적 다윈이즘(social Darwinism)이라고도 불리는 이론이다.
알다시피 다윈주의는 적자생존이 생물 진화의 대원리라는 생물학적 이론이다. 여러 개체 중 환경에 잘 적응한 승자만이 자손을 번식시켜 결국 생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 자본주의가 폭발하던 19세기,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라는 사회학자가 진화론을 사회학에 끌어들였다. 다윈의 진화론은 범우주적인 원칙이어서 인간사회에서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게 바로 사회적 다윈주의다.
그리고 이 이론은 19세기 후반 윌리엄 섬너(William G. Sumner)라는 사회학자 겸 경제학자에 의해 이 대표가 좋아라 하는 미국에 도입됐다. 섬너는 “적자생존은 문명의 법칙”이라고 주장하면서 부적자, 즉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생존하는 것은 문명을 거스르는 일이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약자가 죽는 것이 문명의 법칙이라는 이야기인데 딱 정글 자본주의 미국을 워너비로 삼는 이준석 대표의 생각 아닌가?
그런데 이 대표가 모르는(사실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부분이 있다. 사회적 다윈주의가 선진국들이 벌인 수많은 제국주의적 침탈의 사상적 기반이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상은 당연하게도(!) 나치의 인종 차별과 일제 조선 침탈의 이론적 기반으로 발전했다.
영국은 이 사상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인도를 침탈한 것을 자연의 섭리로 포장했다. 왜냐? 자기들이 더 세니까! 사회적 다윈주의에 따르면 센 놈이 살아남고 약한 놈이 죽는 게 우주의 법칙인데 뭐가 문제냐는 거다. 독일의 나치즘도 마찬가지다. 게르만 백인이 가장 세니까! 우월한 인종이 열등한 인종을 다 죽이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대표는 답해보라. 일제의 조선 침략은 정당한가? 그의 철학에 따르면 센 놈이 약한 놈 패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지 않나? 심지어 약한 놈이 죽어야 하는 건 자연의 섭리(!)이기까지 하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는 변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당신이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 미국식 정글 자본주의가 바로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준석 대표가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 그의 속내를 대충 짐작한다. 사회적 다윈주의를 미국에 도입한 섬너는 “자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그렇지 못한 인간보다도 생존경쟁에 있어서 유리하다, 그 이유는 자본을 가진 것이 높은 지위와 우수함을 보증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 마디로 금수저 자본가는 우생학에 의해 번성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개돼지’들은 이 금수저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의 속내도 이런 것 아닌가? 말로는 공정을 외치지만, 사실 그는 이 불평등한 세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개돼지 너희들이 불평등을 논해? 그럼 금수저들이랑 1대 1로 붙어봐. 못 이기겠지? 그러면 너희는 찌그러져 있어. 그게 적자생존 세상의 법칙이야” 뭐 이런 이야기인 거다.
사자가 권력을 이용해 부도덕한 짓으로 사슴을 탄압하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불공정하다고 사자와 사슴을 1대 1로 붙여놓고 “사슴 씨, 공정한 경쟁에서 패배했으면 승복하세요. 이제 사자한테 개기지 마시고요”라고 말하는 것도 공정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금 지옥문을 열려 하고 있다. 지옥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1대 1 경쟁에서 패한 사슴은 하나 둘씩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 참혹한 일이 벌어지도록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이준석 대표가 지향하는 정글 자본주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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