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안녕히 주무세요
달볕 쬐는 시간에 내 앞을 지나간 고양이 한 마리
꼬리를 잡았더니 펑하고 털을 세웠네
안녕 고양이야 잘 가 내가 미안해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틴 걸 알고 있어
가게 만든 건 난데
왜 네가 슬프고 화나야 할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너만 힘들고 아파야 할까
잘 자 꿈에서 만나
꿈에서 깨어나서 만나자
손 꼭 잡고 산책하자
언젠가 우리가 닿을 만큼 가까워지면
그때는 안녕이라고 말하자

초점 잃은 눈에 약봉투가 비치고 있어 언제 뜯었는지도 모를 약봉투엔 6월 2일이 써져있네
일어났는데 다시 누워 있어 누워 있는데 다시 일어났어 여기가 어딜까 고민하고 있으니 네가 옆에서 밥을 먹고 있네
밥 먹는 네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니 네가 먹고 있는 건 밥이 아니라 알약들이었어
입에 쓴 맛이 나
입안 가득 작고 까끌까끌한 돌맹이가 굴러다녀
혓바닥은 막자 사발의 막자처럼 약을 갈아내
검은 구멍속으로 사라진 흰색 조약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안녕, 안녕,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시간
잘 자 내일 봐 사랑해 이제 그 말들을 이마에 쓰고 누웠어
언제쯤 가까워질 수 있을까
아프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네 콧대를 가만히 바라보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라
달 볕 아래 아까 지나간 고양이가 다시 지나가는 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
지나간 꿈이 깰 때까지 말이야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