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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말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해외 음원 차트에 불과했던 미국 빌보드는 이제 국민 대다수가 한 번쯤은 들어본 시상식이 됐다. 11주 째 주요 차트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덕이다. 블랙핑크는 억대 조회수 뮤직비디오가 수십 편에 달한다.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와 기록을 나란히 하고 있다는데, 도리어 체감이 잘 안될 정도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많겠지만, 좋은 멜로디와 보편적인 메시지, 적당한 시기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골자는 동일할 것이다. 큰 인기를 얻기 위해선 누가 들어도 기가 막힌 좋은 멜로디를 가진 하나의 곡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실력과 개성이 있어야 하고, ‘입소문’도 타 팬덤도 확장해야한다.
팬이 아닌 사람에게 가수를 홍보하는 활동을 속칭 ‘영업’이라고 한다. 팬클럽 아미는 영업 무기로 ‘러브 유어셀프’라는 ‘메시지’를 활용했다. 이전엔 ‘화양연화’가 있었다. 서투른 관계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성장해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 세계 어느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빗대도 이질감이 없을 것이다. 기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서사와 메시지를 가진 노래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기 마련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90%의 노래가 사랑 이야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7년 발매 당시 팬들에게 숱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 포스터 이미지.ⓒ빅히트 뮤직2000년대 초반, SM엔터테인먼트가 보아와 동방신기로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질 때만 해도 아이돌은 주로 단발적인 이미지를 노래하는 데 그쳤다. 앨범 하나 하나가 독립적이었다. 강줄기를 트지 않고 군데군데 웅덩이를 파는 형식으로 물을 길어올린 모양새다. 외적인 콘셉트가 메시지를 이끌고 가는 경우도 잦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앨범 서너 편을 묶어 하나의 대주제를 그려내는 그룹이 많아졌다. ‘이미지’에 그쳤던 메시지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개성있게 드러내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한 MZ세대의 유행가는 더이상 아이돌로서의 ‘중립적인’ 허울에 갇히길 거부한다. 아이돌 팬덤 주요 연령층인 10대에게 주요한 이슈가 된 기후와 젠더가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등장한 것도 이같은 흐름에서이다. 그룹 온앤오프의 곡 ‘걸어서 지구속으로’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내며 ‘지구야 너도 쉬어 아름다운 행성 아프지 마’라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스테이씨, 이달의 소녀 등은 친환경 콘텐츠를 선보이며 많은 팬에게 호응받았다.
스테이씨 챌린지(위), 지구를 지켜츄(아래) 영상 캡처ⓒ하이업엔터테인먼트, 블록베리엔터테인먼트과거 ‘팬질한다’라고 격하되던 팬클럽 활동은 MZ세대에 이르러선 젠더, 기후 등 더 나은 세상을 논의하는 담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케이팝 팬을 포용하는 글로벌 기후 플랫폼도 생겨났다.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케이팝 아티스트와 팬덤이 추구해온 선한 영향력을 기후 분야에도 발휘하고자 만든 환경 플랫폼이다. 지난 3월 론칭되어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기후 재난 피해자를 돕는 성금을 모으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플랫폼의 운영자이자 인도네시아 케이팝 팬인 누룰 사리파는 여러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내 주변 또래가 케이팝을 즐기는 마지막 세대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라며 “기후정의를 중시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전세계 케이팝 팬들,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모아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이미지ⓒ케이팝포플래닛케이팝 시장이 확장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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