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여러가지 굴곡이 있겠지만 내 인생을 가장 크게 망가뜨린건 왕따였다. 초등학교 중학교로 이어지는 왕따는 어느 순간 나 스스로 공부와 학교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자잘한 자해를 끊임없이 해서 지금도 손목에 커터칼 자국이 남아있다.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망가져있던 내가 어떻게든 레일 위에 발까지는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자신의 성격을 바꾸면서 까지 내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이다. 내가 아주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다시 잡은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서다. 지잡대 일문과였지만 난 거기서 공부하는 재미를 배웠다.

계속해서 공부와 담쌓고 집에서 게임만 무기력하게 반복하던 반동으로 대학에 들어가서는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여러 매체를 보며 일본어를 즐겼고, 시험 전날에는 강의실에서 밤새면서 공부하고, 그것이 어느 순간 인정받아 전액 장학금으로, 그리고 일본 국비유학의 기회로 연결되었다. 이 순간 나의 사고는 심플해졌다. 하나에만 매진하면 되는구나.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졸업 후 나는 일본어를 살려서 취업하고 싶어서, 무작정 일본취업 연계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으러 갔다. 그 전까지 html도 c도 java도 모르고 영어도 수학도 못하는 인생 공백인 나는, 일본어 배울 때 느낀 무조건 공부하면 결과는 나온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임했다. 엄하신 선생님 밑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 하며 밤새 코딩을 했었다. 선생님은 8개월 정도의 과정에서, 자바 콘솔 프로젝트, 자바 jsp프로젝트, 자바 프레임워크 프로젝트의 과제를 내셨고 나는 어떻게든 따라갔고, 맨날 자습실에서 밤을 새웠다. 

이 경험의 대가는 일본 취직과 번아웃이었다. 일본 취직이 결정된 시점에서 나는 신기할 정도로 코딩 자체에 의욕을 잃었고, 일본 도일 시기까지 게임이나 하다가 일본에 건너가서도, 아무 향상심 없이 회사를 다녔다. 파견 si 특성상 그때그때 하는 게 달랐고(어느 때는 vba로 툴을 만드는 일을 하게되고, 어떤 때는 단체 테스트, 결합테스트, 시스템 테스트만 하는 현장에 가게되고, 어떤 때는 콜드퓨전 기반으로 가벼운 화면 수정을 하게되고, 어떤때는 erp현장에서 가벼운 sql문을 작성했다.) 결과적으로 코딩 지식은 전부 잊어버린 채, 한국 돌아가면 보도방에도 안써줄 실력으로 2년 9개월이 지났다. 2년 7개월쯤에 외로움과 정체된 내 위치에 대한 자각으로 우울증이 왔고, 2년 9개월이 된 시점에서 한국으로 도망쳤다. 어떤 이유에서든 입사자 한국인 동기 6명중 1명만 남아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각자의 이유로 비슷하게 매너리즘을 안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퇴사자 수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회사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와중에 잘 적응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 특징은 일본에 애인이 있거나, 또는 제대로된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일단 한국에 돌아온 나는, 아직 국비 교육 나이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었기에, 한번만 더 it만을 배워서 한국 it기업에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어라는 길도 있었지만, 구인 인수가 it만큼 많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일본어 외의 외국어, 수학, 프로그래밍 등의 기반을 천천히 닦아가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국비과정이 시작 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있는 동안 오히려 연수원에서 배운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고, 일본현장에서의 어설픈 경험만이 남아버렸기에 다시 한번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it를 배우고 포트폴리오에 뭐라도 집어넣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일본 it과정은 굳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았다. 실제로 일본 취업하는데 있어서 포트폴리오는 필요하지 않았다. 왜 일본에 취직하려는지에 대한, 왜 it인지에 대한 면접 비중이 높았다.)

 그리고 오늘 노마드 코더의 유튜브 영상에서 다음과 같은 영상을 발견했다. 개발자 번아웃 대처방법의 모든 것. 노마드 코더는 이야기한다.
프로그래밍은 너의 일부가 되어야 하지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취미를 가져야 하며, 육체적인 활동을 해야한다.
잘 먹어야 하고 잘 자야 한다.

많은 것이 느껴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기간의 과도한 노력이 아니다. 매일 할 수 있는 노력이고, 매일 할 수 있는 집중이며, 지속 가능한 취미와 운동이다. 이번에는 지속 가능한 공부를 하자. 지속 가능한 노력을 하자. 다시 한 번 코딩을 시작하려는 입장에서, 코딩 자체를 즐기고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자.  중요한 건 남과의 비교도 아니고, 단기간의 몰입도 아니고, 일신일우신의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가슴에 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