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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칼럼]
[미디어오늘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전태일 열사 정신 왜곡.” 전태일 51주기에 연 전국노동자대회를 두고 나온 말이다. 누가 했을까. 전태일을 분신에 이르게 한 박정희 독재에 뿌리를 둔 정당이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그 정당을 인용해 제목으로 “전태일 열사 정신 왜곡”을 내걸었다.
윤석열의 국민의힘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앞 다퉈 민주노총을 “귀족노조의 노동자 약탈” 또는 “기득권 노조의 목소리” 따위로 훌닦았다. 두 당과 조선일보가 마치 '전태일 정신'을 구현해온 듯이 착시마저 일어난다.
흥미로운 보도는 공영방송 KBS다. 조중동 신방복합체나 과거의 KBS에 견주어 노동보도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구태가 뚝뚝 묻어난다.
“민주노총 2만명 동대문서 집회… 경찰 '불법집회, 엄정 수사'” 제목의 11월13일 9시뉴스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노동자 등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고 간단히 보도는 했다. 하지만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거나 “교통혼잡이 일어났다”는 보도에 이어 '시민 반응'을 담았다. 중년 남성은 “생각해야 하잖아요, 코로나. 그런 것 생각도 안 하고 자기들 이익이 뭔지 모르지만, 이슈가 뭔지를 모르겠어요”라고 개탄했다. 바로 이어 경찰 수사와 서울시의 고발 방침을 보도했다. 노동집회에 '시민 불편' 운운하는 '조중동식 보도'가 아직도 공영방송 저널리즘에 그림자를 드리운 꼴이다.
“이슈가 뭔지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꼭 화면에 담으려면 무엇이 이슈인지 충분히 담아야 옳았다. 기실 전국노동자대회의 “이슈”를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얼마나 될까? 오히려 안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조중동 신방복합체와 그에 오염된 공영방송들까지 온전히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업에 쫓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꾹꾹 눌러 적는다. 전국노동자대회는 “불평등양극화 해소와 평등사회로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감옥에 갇힌 양경수 위원장을 대신한 윤택근 직무대행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인들이 360만 명이고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인이 330만 명이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수만 명이 운집해 치맥 먹는 것은 괜찮은데 민주노총 집회는 원천 봉쇄됐다”며 “이게 촛불정부가 맞는가” 물었다.
압권은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내건 민주노총 집회를 앞두고 중앙일보가 내보낸 “노동개혁 걸림돌 된 한국 노동귀족” 제목의 칼럼이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부장관 김대환이다. 그는 '불평등양극화 해소'라는 핵심의제를 한사코 외면한 채 “문재인 정권의 비호 아래 세력을 확장해 제1 노총 지위에 오른 민노총”의 “정치투쟁이 유발하는 국민 분노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고 꾸짖는다. 교수 출신인지라 '노동귀족'이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시사점을 준다”고 가르친다. 심지어 “노동귀족의 일탈 행위를 사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필자는 이에 대한 복안을 갖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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