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서 한국은 수십년전부터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서 외국인들이 드라마 왕국이라고도 불렀습니다. 90년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공중파 저녁시간은 온통 드라마였습니다. 요새는 노래 프로그램도 많아졌죠. 양이 많으면 질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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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한국산인데, 왜 K드라마는 먹히고 한류 드라마는 잠잠하지?근래 세계가 한국 드라마를 주목한 데에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역할이 단연 크다. ‘한류 드라마’와 구분해 ‘K드라마’라는 용어도 생겼다. 어떻게 ‘K드라마 현상’이 벌어졌을까.
 기자명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 입력 2021.12.15 08:27 
  • 743호
10월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 행사 참가자들이 타임스퀘어에서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FOMO라는 신조어가 있다. 직역하면 ‘놓치는 것에 대한 공포(fear of missing out)’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충동적 주식투자 심리 등 경제 분야에 주로 쓰이지만 영어권에서는 ‘어떤 유행을 따라잡으려는 강박’ 모두를 이렇게 부른다. K드라마가 단순한 흥행을 넘어 FOMO를 유발하고 있다는 게 해외 매체들의 평이다. 10월20일 〈워싱턴포스트〉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강력한 FOMO”를 불러왔다고 적었다. 해외 온라인 포럼에는 ‘FOMO 방지를 위해 〈오징어 게임〉 본 척하는 법’이라는 게시물이 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 흥행 성적은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그러나 홀로 튀는 예외적 사건은 아니다. ‘K드라마 현상’으로 묶을 만한 흐름이 보인다. 지난해 12월 나온 스릴러물 〈스위트홈〉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률 10위권(톱 10)에 올랐다. 최고 순위는 3위였다. 지난 10월15일 공개된 〈마이 네임〉 역시 한 달 가까이 드라마 부문 10위권을 유지했다. 11월19일 방영을 시작한 〈지옥〉은 열흘 넘게 세계 시청률 1위에 올라 있다(12월1일 기준). 외신은 리뷰 기사를 쏟아내고, 해외 누리꾼들은 SNS에 관련 밈(meme, 패러디)을 퍼뜨린다.

K드라마 현상의 핵심은 ‘서구권 인기몰이’다. 당초 주로 흥행하는 무대가 아시아권역 내인 ‘한류 드라마’와 구분하기 위해 생겨난 용어가 K드라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 운동선수의 해외 성공과 달리 K드라마의 인기에는 단순히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았다’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문화 콘텐츠는 사상을 담기 때문이다. 세계 영화 시장을 미국이 석권해온 까닭은 미국이 가장 강하거나 부유한 국가여서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자유, 시민권 등 할리우드가 전파해온 ‘미국적’ 사상을 세계가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K드라마의 약진은 이 전통적 세계에 균열을 불러왔다. 한국이 서구에 사상을 수출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해외 언론도 궁금하게 여긴다. 11월26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씨는 “몇 주 전 영국 〈가디언〉 기자가 한국 대중예술이 이렇게 갑자기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윤씨는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상(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다. 윤여정씨는 〈가디언〉에 “한국에는 늘 좋은 영화·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주목할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근래 세계가 한국 드라마를 주목한 데에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역할이 단연 크다. 제작과 방영 양쪽에 기여했다. 넷플릭스는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창작자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했다. 넷플릭스는 간접광고(PPL) 부담을 지우지 않고, 콘텐츠 내용에도 간섭하지 않는다. 관객의 접근성도 높였다. 현지 방송사·극장의 벽이 사라졌고, 더빙을 제공해 언어의 한계도 허물었다. 얄궂게도 이 추세를 부추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넷플릭스 시청 시간이 늘어나며 콘텐츠 ‘소모’가 가속화됐다. 해외 온라인 게시판에는 유명 영어 드라마를 모두 본 뒤 여타 콘텐츠를 찾아다니던 와중 우연히 K드라마를 ‘발견’한 경험을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20년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 국제영화·각본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기생충〉.ⓒCJ엔터테인먼트 제공
K드라마와 ‘한류 드라마’의 차이

그런데 사실 넷플릭스 진출 이전에도 서구권에는 한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년 한국 드라마에 대한 미국 시청자 수를 약 1800만명으로 추산했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왜 한국에 진출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미 2015년께 미국 내 외국어 드라마 중 한국 드라마가 가장 시청 인구가 많다는 조사가 나와 있었다. 한국을 성공 가능성 있는 파트너로 여겼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종전에도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들이 서구권에 있었는데, 넷플릭스가 한국 제작자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게 되자, 이 저변이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설명이다.

여기까지 보면 K드라마 현상은 2000년대 초반 한류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읽힌다. 중국과 일본에서 품질을 검증받은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방영이 가능한 플랫폼에 오르자 서구권이 “갑자기 주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끄는 ‘K드라마’와 전통적 ‘한류 드라마’의 면면을 보면 아귀가 맞지 않는다. 좁게 보면 장르, 넓게 보면 스타일 차이가 크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K드라마는 주로 스릴러, 공포물에 속한다. 초현실적 재난 상황을 다루며, 피가 튀고 살점이 잘린다. 한류 드라마는 대부분 로맨스, 가족물이다. 젊은 배우들의 사랑과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주된 내용이다. 사실 최근까지도 한국 드라마의 주류 장르는 이쪽이었다. ‘장르물’이라고 불리는 〈오징어 게임〉 같은 드라마는 철저히 마니아들의 영역이었다.

한류 드라마(로맨스물)가 서구권에서 보편적 인기를 끌지 못한 까닭이 오로지 방송사와 언어의 벽 때문이었다면, 이를 해결한 넷플릭스 등장 이후에는 ‘한국 주류 드라마’인 로맨스물 역시 인기를 끄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넷플릭스 시청률 최상위권에 오르는 K드라마 가운데 로맨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단히 말해 세계는 ‘한국산 드라마’라고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워싱턴포스트〉 〈롤링스톤〉 등에 기고해온 미국 평론가 레지나 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