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20122030108962


[경향신문]
화성학 선생님은 그날따라 무정한 표정으로 답안지에 빨간 선들을 그었다. 유독 많이 틀린 날이었다. 대충 풀어갔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예상보다 많이 틀려 부끄러웠지만, 그럴 때면 음악에 맞고 틀리고가 도대체 어딨나, 그 기준은 누가 정했나, 하는 반발심이 들곤 했다. 고단한 채점을 마치고 선생님은 ‘성부침해’, ‘병행’, ‘은복’ 등 오답의 종류가 고루 분포하는,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오답의 한 예라는 평을 남겼다.

신예슬 음악평론가

성부침해는 예컨대 가장 낮은 음역에서 노래하기로 되어 있던 목소리가 그 위쪽 음역을 노래하던 목소리보다 더 높은 곳으로 향했을 때 생기는 일이다. 일시적인 영역 침범과도 같은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병행은 두 음이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움직일 때 생기는 일로, 대학 입시를 위한 화성학에서는 1도·5도·8도 병행을 지양한다. 소위 ‘텅 빈 소리’가 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