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20225051500564


지난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대책위가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제공=뉴스1

지난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대책위가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제공=뉴스1


최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뇌출혈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쿠팡의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된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노동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면서다.

노조와 일부 전문가는 제조 공장 등 위험한 사업장에서도 휴대전화 소지를 막지 않는데 쿠팡에선 안전을 이유로 과도하게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권(사생활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작업장 곳곳에 긴급 신고를 위한 전화기가 배치돼 있는 등 안전 대책이 존재하고 해당 규정이 법률에 저촉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덕평 화재 때도 '휴대전화 반입 금지 철회' 외쳤는데"
24일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에 따르면 경기 화성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A씨는 지난 11일 뇌출혈로 숨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이 센터에서 근무하던 중 두통을 호소한 뒤 119 구급차에 실려 이동하는 동안 의식을 잃었다. 이후 약 50일간 사경을 헤매다 끝내 숨을 거뒀다.

A씨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그간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쿠팡의 휴대전화 반입 금지 규정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는 작업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개인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보관하도록 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A씨는 쓰러진 당일 상하차 업무가 아닌 직원 교육 업무를 맡아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노동자와 유족은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휴대전화 관련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책위원회는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적인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회사는 변하지 않았다"면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A씨 언니는 "동생이 머리가 아프다며 119에 전화해달라고 애걸했다"며 "그러나 현장 관리자 3명 그 누구도 전화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쿠팡 관계자는 "당시 관리자가 고인의 증상을 살핀 후 즉시 119에 신고했다"며 "고인도 본인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관련 정책과 이 사안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에도 증언대회와 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 반입 금지 규정을 비판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이 규정으로 Δ가족이 아프거나 외부에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Δ일하다가 위험하거나 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Δ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등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달 '휴대전화 반입 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736명의 서명이 인권위에 제출되기도 했다. 작년 6월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역시 노동자들은 휴대전화가 없어 초기 대응이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신고 골든 타임 놓쳐 안전 위협"vs"안전한 작업 환경 위한 규정"

/사진제공=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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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사측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금지 규정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낸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으로 인해 신고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A씨처럼 급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휴대전화가 없으면 노동자들은 대처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며 "물류센터보다 훨씬 위험한 사업장에서도 아무 제한 없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데 유독 쿠팡만 '작업장 내 안전 보장'이라는 설득력 없는 이유로 해당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어 "소지품 휴대 여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회사가 지나치게 노동자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태원 김남석 변호사도 "회사에선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겠지만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위계가 존재한다는 걸 고려했을 때 사실상 강제적인 규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와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휴대전화를 반강제적으로 소지할 수 없게 하는 건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 차원의 안전 대응 시스템이 마련돼 있고, 업무 외 시간엔 자율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보장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회사는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해당 규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무 중 긴급 신고가 필요할 때는 센터 곳곳에 구비된 전화기를 이용하거나 휴대전화를 소지한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화장실을 갈 때나 휴식 시간 등에는 자유롭게 작업 현장 밖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무법인 신영 김광훈 공인노무사는 "업무에 방해가 되거나 보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때 회사는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할 수 있다"며 "법률적으로 이 규정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순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