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명 아이디어: 이 공연 끝난 소품, 의상 경매로 일반인에게 파는 쇼핑몰
나는 수년전에 지하철이나 옥외 포스터 끝낸 것 재활용 판매 관련 글도 썼었다.


공연계 환경보호, 그 어려움과 가능성에 관하여

공연 후, 그 많은 소품과 의상들은 다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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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 '뻥이오 뻥' ⓒ윤헌태 사진작가


멋진 공연 한 판이 펼쳐진 후, 남은 소품·의상·세트들은 다 어디로 갈까. 민간극단의 재정적 독립 여부와 극단 내 상황에 따라 조금씩 처리 방향이 다르지만, 예술가들은 "기본적으로 거의 다 파기라고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소품·의상·세트들을 모아둘 수 없는 이유도 대체로 비슷했다. 대표적인 이유는 재공연의 불투명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민간극단들은 한 차례 공연을 진행한 후, 자신들이 추후 재공연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소품·의상·세트들을 보관하려고 하면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장기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예술가들은 "너무 아깝다.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버린다"고 말했다.

사실 공연계에서 환경 보호, 탄소발자국 줄이기, 재활용 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있었다. 하지만 공연계 내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누군가의 또 다른 돌봄 노동 발생, 비용의 문제, 정책의 부재, 공연 제작의 특성 등 때문이었다.

연극 '조립식 가족' ⓒ(주)데일리창

소품·의상·세트의 보관이 어려운 이유
"기본적으로 거의 모두 폐기"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안정민 연출가는 '유디트의 팔뚝'을 끝내고 현재 새로운 작품에 관한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그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당곰 이야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남성 중심의 신화를 해체한 신개념 판소리극이었다. 무대를 수놓는 그림자극 형식의 이미지, 배우의 힘이 작품의 주된 무기였다. 무대를 채우는 오묘한 달과 꿋꿋하게 핀 꽃 등 세트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소품과 의상을 제외하고 세트는 정리했다. 재공연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안정민 연출가는 "무대 단 같은 경우는 제작소에서 다 가져간다"라면서 "사실 폐기 자체도 돈이 조금 드는 게 아니라서 제작소에서 가져가서 목재나 이런 것은 다시 쓰거나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당곰 이야기' 당시 사용한 의상과 소품은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집이 거의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혼자 사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결혼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소품·무대 의상은 극단 자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런데 대도구 같은 경우, 목재나 이런 게 마음이 아프다. 그런 것들은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데, 폐기도 돈이 많이 들고, 보관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도구, 목재 같은 것들을 보관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연극 '조립식 가족'을 무대에 올린 (주)데일리창 노주현 기획자 역시 "'조립식 가족'은 재공연이 없었기 때문에 세트는 폐기했다"고 밝혔다. 무대에 사용된 소품들은 실생활 소품들이라서 배우·스텝과 나눠 가졌다고 했다.

노주현 기획자는 "사실, 이 이야기는 제가 대학 때도 나온 이야기다"라며 "세트나 의상이 있으면 그런 것들이 한곳에 모여서 대여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이 지금은 없다. 제도나 협회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공간 같은 것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고 시스템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가족극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강아지 하루' ⓒ윤헌태 사진작가

중장기 지원사업에 관하여


보통 공연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그 공연은 일회성이다. 그러니까 해당 연도 안에 공연을 해낸 후 정산하고 끝난다.

2022년부터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 사업(이하 중장기 지원사업) 2기가 시작됐다. 이 사업은 여타 다른 사업에 비해서 지원 기간이 길다. 무려 3년 연속 지원이다. 즉, 지난 2019년 선정된 단체가 2022년 2월까지 사업을 수행했다.

극단 미인 김수희 연출가는 중장기 지원사업의 수혜자다. 그는 이 사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오디오 채팅 사회 연결망 서비스 클럽하우스를 이용한 낭독공연 '루프 코리안'을 선보이기도 했고, '뻥이오 뻥'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강아지 하루' 등 다양한 가족극도 올렸다.

김수희 연출가는 "중장기 지원이 생기면서 제 경우 조금 달라진 게 뭐냐면 내년에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그 후년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대제작소에 있는 컨테이너 창고를 빌리게 됐다. 의상, 소품 같은 것들은 분류해서 보관하고 무대 세트도 보관한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계에서 탄소발자국 줄이기와 관련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단체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파기되는 세트·소품·의상이 아깝다고 무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하는 예술가의 소식도 알려줬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김수희 연출가는 환경 보호를 위해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지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멀리 있는데 한때 국립극단에서도 비치를 해두고 빌려 갈 수 있도록 했다"며 "근데 디자이너의 저작권 문제도 있고, 연출과 창작 스텝들의 아이디어 싸움이기도 해서 공연에 딱 맞는 소품이나 의상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돌려쓰기, 나누어 쓰기, 재활용하기, 이런 것들이 활성화가 안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또 모든 공연을 장기화로 가져갈 수 없다"며 "어떤 공연은 디벨롭해서 보여드릴 수도 있는 건데 수정과 보완은 또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공연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이게 다시 지원금이랑 연결되는데 여유 자금이 있을 때 극단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제작비가 없을 때는 그런 걸 시도해 볼 엄두조차 못 낸다"면서 "상황에 따라서 선택적일 때가 있어서 비애가 있다. 꾸준히 할 수가 없고, 이게 어쩔 수 없이 선택적으로 하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탄소중립 캠페인 메인로고 ⓒ국립극단

예술가와 국립극단의 환경 보호 움직임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 역시 지난해 1월 국립극단의 운영 방향과 주요 사업들을 공개한 바 있다.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는 연극의 가치' 아래 공공성 강화, 표현의 자유 보장, 적극적인 기후 행동 등 3가지 운영 기조를 공개했다.

지난해 연말 '적극적인 기후 행동'과 관련해 국립극단은 탄소 중립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 기념품 중 불용품을 활용해 디자인을 가미,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달력이 북 커버로 변신했고, 피크닉매트는 컵홀더로 재탄생됐다.

국립극단 홍보마케팅팀 이정현 씨는 "원래대로라면 코로나가 잦아들면 장터 형식으로 열어서 작은 극단들과 나눔을 할 생각이 있었다"며 "물품 나눔 장터라고 가제이긴 한데 일정이 아직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 북도 모두 필요 수량만 찍고 다 온라인화했다. 프로덕션 안에서도 종이컵을 안 쓰고 텀블러를 쓰도록 공지를 드리고 있다"며 "그런 작은 것들부터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기후위기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예술가도 있다. 성지수 연출가다. 그는 2020년 '기후 정의 창작집단 선언'을 하기도 했던 콜렉티브 뒹굴(이하 뒹굴)의 기획자이자 예술가다.

뒹굴은 아르코미술관이나 예술청에서 기후위기 관련된 작업을 진행해 왔다. 또한, 성 연출가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포럼이나 공론장을 개최해오는 일도 해왔다. 그는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 소위원회에 외부 위원으로 참여하며 작년부터 올해에 이어서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정책 제안서를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성 연출가는 "연극계에서 미투 운동을 했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은 제가 기억하기론 1번이 '페미니즘 연극이나 여성 서사 연극을 많이 올리자'가 아니었다"면서 "바로 자치규약 만들기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때와 똑같다고 생각한다"면서 "미투 당시 '페미니즘 작품을 하자!'가 1번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환경 작품을 하자!'라는 것이 되게 기형적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을 어떻게 우리 작업에서 할 것인가가 KTS인 것 같은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환경 보호가 됐든 기후위기 대응이 됐든 그것을 우리 작품 말고 작업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제안했다.

2018년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공연계 안에서는 성평등하고 안전한 창작 환경에서 일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일어났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KTS(Korea Theatre Standards,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였다. KTS 속엔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예술인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들이 녹아있었다. 이를 중심으로 많은 극단이 자신의 극단 환경에 맞는 규약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에 이어 공연계엔 더 많은 이야기, 더 다양한 여성 서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성지수 연출은 "제가 정책혁신 소위원회 차원에서 현장의 제안을 가장 강력하게 드린 것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후위기 예술인 워킹 그룹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설치하라는 것이었다"며 "기후 우울부터 탄소 중립 작업까지,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여서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극단, 새활용 기념품 3종 출시 ⓒ국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