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이라 가서 짐 챙기고
서랖 비우고 파일 파쇄하고 있는데
인사부가 면담하자고 부르더군요

인사부 아주머니가 나오시던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좋은 아주머니십니다

어째서 퇴사하는지를 묻더군요


나는 대기업 직원이라고 자부심이 있고
내 정체성도 대기업 직원이다
부서가 매각되서 다른 기업에 팔리다니
나는 납득을 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나는 현부서에서 많은걸 시도했지만
매번 기회는 박탈당하고 이루어내지 못했다
더 많은 기회와 권한이 주어지는 곳에 이직했다

답했습니다


인사부 아주머니는 본래 이 부서 자체가
과거에 합병당해서 그 시절부터 있던 사람들은
그저 부서에만 충성할뿐 회사가 바뀌던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너처럼 중간에 들어온 사람들은 엄연히
대기업의 소속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매각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걸 이해한다

기회와 권한의 박탈,
너 이전의 퇴사한 많은 직원들도 같은 얘기를 했다

다들 열정을 가지고 회사를 위해 제안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실적을 내기 위해
도전해왔지만 다들 기회와 권한이 박탈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퇴사해왔다

이 부서는 분명 문제가 많다

회사측에서 매번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고
개선을 요구했으며, 새로운 우수한 인원들을
보충해주었으나, 그 결과가 무엇이었냐?

변화없음, 우수한 인원의 좌절, 이탈
실적하락, 고객이탈..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전 부서장을 회사에서 해고하고 새로운 부서장을
앉혔지만 무엇이 바뀌겠나? 근본적인게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내려놓을건 내려놓고 기회와 권한을 부여해야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대기업 네임벨류에 기대서 연명해왔을뿐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 기업 네임벨류가 없었다면
그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었겠나?

회사측에서도 이제 변화나 시도가 무의미한걸 안다
남은건 매각일뿐, 그러나 그 기업에서
현재의 네임벨류 없이 이전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부서가 사라져서 인사부는 오피스에서 철수한다던데
같이 매각되는 다른 부서는 오늘 두명 퇴사하더군요

4년, 짧지만 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