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지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네이버의 개발자 생활을 총평해보자면


존나 좋은데 존나 빡세다.



물론 이 소감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다 다를 수 있음

팀 바이 팀, 조직 바이 조직이니까




일단 좋은 점은 두 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우와 동료.


일단 페이 밴드 자체가 높은 편이다.

물론 네이버보다 잘 주는 회사들도 있고, 초기 시리즈 스타트업에서 몇 억씩 받아가는 양반들도 있겠지만

그냥 평균적으로다가 보면 상타는 맞다.

다른데보다 압도적으로 잘 준다는 아닌데, 업계에서는 그래도 최상위권에는 속하는 것 같다.

복지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뭐..


그리고 동료들은,

잘하는 애들이 존나 많음.

이것도 팀 바이 팀이긴 한데 그냥 평균이 기본적으로 높다. 

특히 나 속해있는 조직은 더 그런 것 같기도 함.


나도 그동안 이직하면서 어딜 가던 그래도 에이스 소리는 들으면서 자신감이 좀 있었는데

여긴 그냥 그런 애들이 전부다 모인 것 같음

팀에 구멍이 없음

이런 사람들이랑 일하다보니 자연히 자기계발 욕구도 자극되는 것 같다.




문제는 단점인데,

단점도 두 개로 정리해보자면

동료와 업무 강도다.


동료는 앞서서 장점으로도 꼽았는데

이 장점이 그대로 단점도 되는 구조다. 

애초에 시발 옆에서 다 잘해버리니까 그거 따라가기 위한 심적 압박감이 좀 있는 편이다.

내 기준으로 날고 기는 애들이 사방에 포진해버리나까 똑같은 일을 해도 이게 진짜 최선일지, 남들이 볼때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물은 아닐지 고민을 계속 하게 됨


그리고 시발 내가 연차가 그래도 시니어 연차고

이전 직장에서는 주니어 개발자들 멘토링도 많이 하고 했는데

여기선 멘토링 비슷한 것도 할 수가 없음

신입으로 들어온 애들 존나 잘함


솔직히 나도 학생때로 돌아가서 네이버 신입 공채 뚫을 수 있냐 하면 자신 없는데

그걸 뚫고 들어온 애들이니까 이미 반 이상 완성이 되어 있음

이런 신입들은 그동안 본 적이 없음


회사 생활 해본 애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학교에서 날고 기었다고 해도 직장 들어오면 빈틈이 숭숭 보이기 마련임

학교에서 다루는 코드랑, 월급받으면서 다루는 코드는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거든

근데 얘네들은 지들이 알아야 할 것들은 대부분 완성한 상태에서 들어옴.


신입 구성원이 왔을 때 전수가 필요한 지식을 크게 2가지로 나눈다고 쳐보자.

첫 번째 지식은 회사 밖에서도 배울 수 있는 기술적인 지식들

그리고 두 번째 지식들은 팀 내에서만 배울 수 있는 그 특정 도메인과 관련된 지식들이나 히스토리 관련된 것들


보통 일반적인 IT 회사에서 들어오는 신입들은 두 번째 지식들은 당연히 없고 첫 번째 지식도 내가 보기엔 달성률이 20% 도 안됨

자기네들이 아무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봐야 얼마나 했겠어

근데 얘네들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구멍이 거의 안보임

솔직히 그런 부분만 보면 다른 회사 대리급 이상은 되는 것 같음



두 번째 단점인 업무 강도도 이거랑 이어지는 점인데,

여기선 누가 일을 많이 주고 그런 건 별로 없음.

그냥 언제나 할 일은 팀 레포에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그때그때 우선순위에 따라서 태스크 단위로 진행해나가는건데


애초에 옆에서 치고나가는 업무 퀄리티들이 높다보니 

나도 내 자신에게 설정하는 업무 양이나 퀄리티가 높아짐

내가 여기서 구멍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야겠지 라는 커트라인이 이전 회사들보다 월등히 높음




오픈 카톡방 중에 네이버 적응방이라고 뉴비들 모여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방이 있는데

여기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주제가 이거다


"나는 그래도 이전 회사들에선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여기서는 1인분을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이런 말 올라오면 항상 나오는 답변이 전문 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아보라는 거다.

자기도 그랬는데 상담 받고나서 많이 나아졌다면서.

실제로 회사 복지 중 하나로 심리 상담을 연 10회까지 무료로 지원을 해줌.


이걸 바꿔 말하면 새롭게 네이버에 입사하는 인원들중에 상당수가 업무 압박감으로 인해 심리 상담을 다니고 있다는 뜻임.


존나 웃긴건 이 업무 압박감을 위에서 심어주는게 아님

팀장이 와서 너 오늘까지 이거 저거 이만큼해라 이런건 절대 없음 적어도 우리 팀은

오히려 "내가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리소스가 부족해서 이 업무는 데드 라인을 좀 미뤄야 할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면 흔쾌히 조정해줌

문제는 이 말을 내가 하기까지 내적 저항감이 엄청나다는 거지

팀에 다른 동료들은 나보다 더 높은 업무 로드 안에서 더 잘 쳐내고 있거든



한번씩 이런 어려움이 심해질 때마다 이직 뽐뿌가 오긴 하는데

문제는 갈 데가 없다


최소한 이직을 할려면 여러 방면에서 업그레이드는 되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업무 커리어를 최대한 살리는 선에서 + 연봉은 지금보다는 최소한 더 받아야 하고 + 문제가 되는 업무 강도는 좀 편하면서 + 지금 누리고 있는 복지랑 비슷한 수준을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면 거의 없다


외국계는 영어를 못해서 못간다




예전 코로나 시기때는 스타트업들에서 가끔 팀장급 이상으로 스카우트하면서 여기 이상 연봉 제시하던데도 종종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요즘 같은 경기에는 스타트업은 절대 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