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기계 문명은 - 다른분야도 다를 바 없지만 - 무척 느리게 성장해 왔다.
아직도 원운동과 직선운동으로 모든 사물을 만들고, 도로위를 달리고, 주파수를 논한다.
- 그래서 세상은 0과 1로 되어 있다는 거다.
업계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날고 긴다고 하는 업체들이
대단한 기술력을 갖고 있을꺼라 생각하면 솔직히 착각이다.
그들은 오랜세월 농작로에서 소끌고 다녔고, 잠시 경운기를 몰고 다니다,
이제 고속도로 위에 오른 것이고,
우리도 고속도로 위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거다.
다만 내가 가진 엔진이 아직은 좀 약하고, 운전 미숙이지만,
굴지의 회사에서 운전 잘하던 사람들은 어차피 늙어죽었으니,
내가 상대할 사람들의 운전경력은 많지 않다는 것.
나와 비슷한 교육을 받고 문화와 문명을 접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것.
대량생산이 필요한 시장이나 초정밀 가공이 필요한 시장을 살짝 피하면,
까지껏 그 뒤는 대가리 싸움이라 딱히 내가 밀릴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프트웨어적 복합 논리에 익숙한 사람에게 기계공학이란 어렵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자쪽은 얇게 제품 깊숙히 숨어 있고,
소량 생산이 극도로 불리한데다, 반대로 대량생산이 잘 이루어진편이기 때문에
가져다 쓰면 된다. 내가 근본적으로 바꿀 여지가 많지 않다는거지.
전장은 그냥 대충 입출력만 내 용도에 맞게 응용하면 된다.
( 예술해도 티가 안난다 )
전장과는 반대로 기계쪽은, 사용자의 피부에 닿고 눈에 보이는 부분이라
front-end 에 속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닮은 구석이 특히나 많다.
더군다나, 가공기술의 한계에 의해 “조소” 그러니까,
조각과 소조의 형태 말고는 물건이 뿅~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며,
조각은 깍아나가는 과정, 소조는 붙여나가는 과정이고,
조각을 위해선 가공할 재료보다 강성이 큰, 혹은 에너지가 큰 매체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한 선택의 범위나 기술 축적의 범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나보다 몇 킬로 먼저 출발한 똥차들을 따라잡는건 어렵지 않다.
모든 제품개발은 어쨌든 무에서( 정지에서 )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상상의 힘 만큼 가속력을 갖는거고 말이다.
길게 서술했지만, 진입장벽 문제는 우리가 익히 접해온 경험들로 풀어낼 수 있다.
컴퓨터 엔지니어인 우리는 램과 하드디스크의 성능차를 알고, block device 의 특성을 알며
CPU 내부의 명령어들을 조합해 우리가 원하는 역할을 끌어내고,
시각적으로 예뻐보이게, 사용자가 편리하게 만드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trade off 문제에 대해 올바른 논리적 선택, 유연한 선택을 하는데 익숙하단 말이지.
즉 우리에게 어렵지 않다. 그냥 새 OS 를 써 보는 정도로 여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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