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 짜던 노인>
벌써 수십 년 전 일이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서울에 왔다가, 동대문 근처 공유 오피스 구석에서 노트북을 펴고 '프롬프트‘를 짜서 팔던 한 노인을 만났다.
당장 서비스에 쓸 복잡한 알고리즘용 프롬프트가 필요해 한 벌 짜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노인이 부르는 값이 생각보다 꽤 비쌌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프롬프트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서 생성형 AI나 돌리구려."
참으로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더 깎지도 못하고 잘 좀 짜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화면만 응시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타자 속도가 빠른 것 같더니, 해가 저물도록 코드 한 줄을 이리저리 고치고 단어 하나를 넣었다 뺐다 하며 굼뜨기 시작했다.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결과값이 충분히 잘 나오는 것 같은데, 노인은 자꾸만 토큰값을 조정하고 지시문을 수정했다. 이제 다 됐으니 그만 저장해서 파일을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서버 점검 시간이 다가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니 그냥 주십시오."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데이터가 충분히 정렬돼야 답변이 터져 나오지, 마음 급하다고 명령만 넣는다고 정답이 나오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사용자가 만족한다는데 뭘 더 고친단 말이오? 노인장, 참 외고집이시구먼. 마감 시간이 다 됐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어차피 마감은 틀린 것 같아 체념하고 "그럼 마음대로 짜 보시오." 했더니, 그제야 노인은 "재촉하면 구문이 꼬이고 로직이 거칠어진다니까. 문장이란 제대로 엮어야지, 짜다가 환각-Hallucination-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하며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답했다. 그러고는 노트북을 무릎에 올린 채 태연하게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창밖을 보는 게 아닌가.
한참 후에야 파일을 건네며 "다 됐소" 한다. 사실 아까 본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나는 불쾌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돌아오며 '상도덕도 모르는 고집쟁이 노인'이라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사무실에 와서 그 프롬프트를 시스템에 입력해 보니 개발팀장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이전에 쓰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답변이 정교하고, 예외 상황에서도 오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맥을 짚어내는 섬세함은 요새 대충 만든 프롬프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인의 손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무례함을 뉘우쳤다.
예전에는 코딩 한 줄을 해도 로직을 세 번 검증하고 볕에 말리듯 다듬는 정성이 있었다. 요즘은 '복사 붙여넣기'로 금방 결과물을 뽑아내지만, 조금만 복잡해지면 금세 무너지고 만다. 아무도 보지 않는 프롬프트의 행간을 채우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우는 장인은 이제 사라져 간다.
며칠 뒤 다시 그 작업실을 찾았지만, 노인은 없었다. 요즘은 다들 복사한 질문을 던진다. 금방 답은 나오지만, 깊이는 남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 노인이 천천히 짜던 프롬프트가 자꾸 떠오른다.
ㅇㅅㅇ
근데 요즘 애들은 교과서에서 '방망이 깍던 노인'배우나?
안 배웠으면 재미 없을텐데..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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