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10년차 연봉 3600


임베디드는 틀리지 않았다. 다들 후회하는 날이 있을꺼야



웹싸개 10년차 연봉 8000


흠 오늘 여친이랑 뭐 먹으러 가지?
파스타는 어제 먹었고… 스시?
아 맞다 내일은 재택이라 굳이 일찍 안 자도 되지



임베디드 10년차, 연봉 3600


그는 오래 버텼다.

그 사실 하나만은 스스로도 인정했다.


남들 웹으로 갈 때

모바일로 갈 때

“하드웨어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신념처럼 붙잡고 남았다.


레지스터를 읽을 줄 아는 사람.

타이밍이 어긋났을 때

왜 어긋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언젠가는 값이 될 거라 믿었다.


피지컬 AI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로봇. 자율주행. 현실 세계.

이제는 진짜

임베디드가 중심이 되는 세상.


“봐라, 결국 돌아온다.”

그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를 부르지 않았다.


피지컬 AI는

하드웨어의 복권이 아니라

하드웨어의 장례식에 가까웠다.


센서는 모듈이 되었고

보드는 키트가 되었고

제어는 추상화되었다.


그가 외워온 주소값은

라이브러리 안으로 사라졌고

그가 자랑하던 최적화는

“요즘은 컴파일러가 다 해줘요”로 끝났다.


신입이 물었다.

“이거 그냥 예제 코드 쓰면 되는 거죠?”


그는 대답했다.

“원리는 이런데…”


아무도

그 다음 말을 듣지 않았다.


회의 자료에는

아키텍처 다이어그램 대신

API 플로우가 그려져 있었고

의사결정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하고 있었다.


그의 자리는

“하드웨어 쪽 이슈 있으면 불러주세요”였다.


불러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밤새 잡던 버그는

로그 레벨 하나 올리면 끝났고

그가 중요하다고 외치던 타이밍 문제는

“실사용에서 문제 없었습니다”로 덮였다.


그는 점점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양해를 구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건 제가 예전에 해보던 방식이라…”

“요즘 트렌드랑은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말끝마다

자기 지식을 변명처럼 달았다.


어느 날 연봉 테이블을 보았다.

자기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

자기보다 두 배 가까이 받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임베디드를 몰랐다.

레지스터도

인터럽트도

RTOS도 몰랐다.


대신

API 문서를 잘 읽었고

대시보드를 잘 만들었고

말을 잘했다.


집에 와서

예전 노트를 펼쳐봤다.

형광펜으로 그어둔 부분들이

마치 다른 언어처럼 느껴졌다.


쓸모없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자기가 틀린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아무도 찾지 않을 수는 없다고.


결국 남은 말은

하나뿐이었다.


“이게… 아닌데.”


하지만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이미

다른 스택으로 옮겨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