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러스트가 아니라 ‘고지능자인 나’를 홍보하는 글
게시물 몇 개만 보고 누군가를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성격장애는 여러 상황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행동 양상과 실제 기능 손상을 임상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자기애적 특성이 보인다는 것과 정신질환 진단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다만 저 사람이 반복하는 글은 나르시시즘적 수사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글의 구조는 대체로 이렇다.
“나는 러스트의 근본 원리를 이해한다.”
“그러므로 나는 고지능자다.”
“러스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범부다.”
“반박하는 이유도 지능 부족이나 열등감 때문이다.”
여기서 러스트는 프로그래밍 언어라기보다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규정하기 위한 지위 표지가 된다. “러스트는 고지능자의 전유물”이라고 선언한 뒤 자신을 그 집단에 포함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우월성을 인증하는 구조다.
나르시시즘적 행동 양식에서는 자신을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능력과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비판이나 실패가 자기상에 위협이 되면 경멸이나 공격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저 글에서도 기술적 반론은 검토되지 않는다.
러스트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기존 시스템, 생태계, 인력, 비용이나 적용 분야의 차이일 가능성은 배제된다. 대신 모든 이견을 “범부라서”,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자기 인생이 부정당해 두려워서”라고 해석한다.
이렇게 하면 상대의 논거를 반박할 필요가 없다. 상대의 지능과 심리를 낮게 판정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이겼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스트 담론을 해체하다』에서 말하는 자기봉쇄적 논증과도 겹친다. 동의는 고지능의 증거, 반대는 저지능의 증거, 불쾌감은 열등감의 증거로 해석하면 어떤 반례도 최초의 결론을 흔들 수 없다.
결국 저 글이 실제로 홍보하는 것은 러스트의 기술적 장점이 아니다.
“러스트를 이해하는 특별하고 우월한 나”라는 자기상이다.
그 사람이 실제로 자기애성 성격장애인지는 알 수 없다. 익명 게시판의 과장된 역할극이나 관심 유도일 수도 있다. 다만 글에 나타난 과대성, 특별한 집단과의 동일시, 타인 평가절하, 비판에 대한 경멸적 방어는 나르시시즘적 수사 패턴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기술에 자신이 있다면 사람의 지능을 판정할 이유가 없다. 비교 대상, 워크로드, 측정 자료, 비용과 실패 조건을 제시하면 된다.
사람을 계속 범부로 분류하는 것은 러스트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을 낮춰 자신의 우월감을 유지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
관련 내용:
『러스트 담론을 해체하다』
8.5 ‘자격’과 ‘정상성’의 규정: 게이트키핑과 담론적 배제
https://nimfsoft.art/ko/books/deconstructing-the-rust-discourse/#85-자격과-정상성의-규정-게이트키핑과-담론적-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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