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이 진지글 싸서 형 얘기 해주마 (형이 원랜 허세 안부리는데 쫌 부려도 양해해라. 스트레스 풀 곳이 없다)

형은 40 중반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잘 나갔지. 월급쟁이 개발자로써 받을 수 있는 대우는 다 받아봤다. 6개월 전 회사가 어이없이 돌아가서 엿먹어라 하고 때려쳤지.
자랑아니지만, 형 능력 정도면 왠만한 초기 벤처회사 개발팀 6개월 내에 탑 클래스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물론 꼴통들로 구성되면 불가능하겠지만 프로그래밍 쫌 한다고 생각하는 좆뉴비들, 트레이닝 제대로 해줄 수 있다. 세계정복의 선봉대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돈도 많진 않지만, 잘 나갈 때 번 돈 낭비 안해도 쫌 모았다 - 아무것도 안하고 4인 가족 3년 버틸 수 있다.

형이 볼때 전세계 (형은 해외에서도 일거리 구하고 있다. 월드 스펙이다) IT 업계 잡의 90% 이상(95%?)은 노가다다. 형은 지난 10년간 운좋게 대가리 쓰는 일을 해서 노가다 안하고 존내 '하이 퀄리티' 소프트웨어만 만들었지. 이래서 형이 눈높이만 높아졌고, 기계적으로 하는 노가다를 기피하게 되었다.

몇달 재밌게 놀려 했는데, 사고가 나서 몸을 좀 상하고 이제 추스려서 놀 사이도 없이 일자리 알아보는데 할 게 없더라. 주위에 전부 노가다 뿐. 그래서 창업해 보려고 아이디어 짜내는데, 아 늙어서 예전처럼 무모한 아이디어는 겁이 나고 확실한 아이디어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게다가 마누라는 그동안 내가 잘나가는 거에 허영이 들었다. 비록 물질적으로 허영이 든 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우리 남편 잘나가' 라는 허영에 들다가 내가 집에서 노는 꼴이 되니 멘탈이 붕괴되고 있다 (난 이해가 안가지. 돈도 3년 쓸 것이 있는데 그 시간에 좋은 사업이나 일자리 잡으면 되니까)

야 능력되면 돈 많이 벌고 좋을 것 같지? 현실은 그런 능력자는 한 곳에 쭈욱 있어야지 그거 때려치고 나오면 그런 자리 다시 찾기 존내 힘들다. 왜냐하면 능력자가 드문 것처럼 능력자가 갈수있거나 할 수 있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야.

아뭏든 형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련다. 내가 좆뉴비일  때 개념없이 한가지 파고들다가 운좋게 외국에 취업되어 10년간 잘나갔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이디어 존내 파서 하나 해보련다 (이게 쉽진 않다. 요즘 대세가 인해전술, 즉 존내 보통 프로그래머 수백 수천 고용해서 서비스나 제품 만들기 때문에) 혹시 기막힌 아이디어 있는데 상담이나 도움 혹은 나한테 주고 싶은 넘 있으면 알려주면 절대 나혼자는 안먹는다.

ㅇㅇ. 현실은 그렇다. 니 하는 일 젖같아서 IT로 바꾸면 나을 것 같지? 취미로는 재밌지만 일로 바뀌면 별로다. 물론, 일 자체가 노가다 아니고 머리쓰는 일이고 니가 능력이 되면 존내 재밌고 하다보면 대우 잘 받는 자리에 갈 수도 있다. 그치만 그런 넘들은 극히 일부야. 구글, 네이버, 삼성, 엘지, 애플, 이런데 꿈의 직장 갖지? 거기서 대우 제대로 받고 재밌는 일 하는 넘들은 극소수다 - 대부분 창업 멤버지. 형도 한번 창업 멤버 해봐서 안다.
니가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면 길이 있다. github나 유사한 곳에서 open source 프로젝트 해봐라. 그러다 니가 실력을 보이면 몇 넘들이 달려들 수 있다 (외국 넘들). 그렇게 안되더라도 그런 것을 기반으로 IT 업계 이력서 넣을 수 있다. 즉, 포트폴리오에 니 개인 프로젝트 넣고 github 주소 알려주면 제대로 된 곳에서는 소스코드 다 리뷰 해보고 맘에 들면 다른 것 안보고 고용하기도 한다.

착한아버지. 참, 힘든 상황이구나. 야 그래도 형이 사심없이 냉정하게 이야기 해주는 건 다 너를 위해서니 잘 듣고 니 미래의 거름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너 그런 식으로 프로그래밍 해서는 밥벌이 오래 못간다. 형이 강조하고 싶은 건, 패닉하지 말고 생각하라는 거야. 그리고 남이 만든 제대로 된 코드 많이 읽어봐라. 마찬가지로 github나 이런 대 가서 평이 좋은 프로젝트 찾아 조금씩 매일 읽어봐라. 너 그런 식으로 하면 돈도 얼마 못벌고 그야말로 노예처럼 살다가 더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형은 지난 10년간 오버타임 1분도 안해보고 주말에 일한적 한번도 없어야. 디버깅 이런건 머리로 생각해서 하는 거지 이것저것 어거지로 때려 박아서 하는 것 아니다. 야 형은 소스코드 없이 컴파일러 버그도 찾아서 벤더한테 리포트 해준 적 있어. 이런 것 다 생각하고 가설 세우고 실험해보고 데이터 수집해서 다시 생각하고 이런 반복 수없이 하다보면 능력이 생기는 거다. 걍 키보드 뚜드려봐라 천년을 뚜드려도 발전이 없다.

해킹 어쩌구 하는 쉐퀴덜, 세계은행이나 IMF 해킹해서 전세계 전복시킬 생각 없으면 아예 시작하지 말고, 야짤 올리는 쉐퀴덜 그 시간에 코딩일기 올려라 그거 백날 올려받자 그 기술로 밥벌이도 안되고 팔아먹을 능력이나 기술도 안생긴다.

야 이글 읽은 쉐퀴들, 형이 좀 허세 부려 미안하다. 어려운 쉐퀴들 다 힘내라. 그렇지만 기계화 되지 마라. 생각하는 인간이 되라. 긴 글 읽어줘서 고맘다.

세줄 요약
1. 형이 한때 잘나갔다.
2. IT 업계는 젖 같다.
3. 힘든 쉐퀴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