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에 27살 처먹고 콘솔사러가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는 댓글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본다.
난 게임 따위를 구매하는 것에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왜냐면 그게 내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좆고딩 때는 공부하랴 (실제로는 하지도 않았지만 여러모로 눈치가 보이므로...) 친목하랴 바빴고, 20대 초반에 와서 대학에 들어가 조금 삶에 여유가 들어서고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 있을 때 쯤에는 평소에 동경해왔던 게임들을 내가 번돈으로 구매하여 즐기기 시작했다.
작은 일이지만 알바를해서 내돈으로 내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었고, 또 그게 재미있었기에 나이먹고 게임한다고 부끄러워해야한다는 감정따위는 들어설 자리조차 없었다.
물론 하루종일 게임 폐인마냥 게임만 붙잡고 늘어진 것은 아니었다만은, 그래도 게임은 내 인생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내가 쉽게 찾을 수있는 삶의 휴식처이다.
나이를 먹어감에따라 다를 수 있는 악기하나쯤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서 피아노를 배울심산으로 동네 피아노학원을 찾아갔을때가 되려 몹시 창피했다.
새파랗게 어린 꼬마애들이 피아노학원 원장님을 쫒아다니면서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현란하게 피아노를 주물러대는데, 나는 이제 갓 바이엘이랍시고 계란을 쥐듯이 (책에 그리 써있더라.) 건반을 두드리는 연습을 하고있을때의 느낌이란 겪어본사람만이 정확하게 알수 있을 것이다.
생각컨데, 게임을 가장 즐기기 적당한 나이란 정해지지 않는것같다. 본인이 마음의 여유를가지고 주변의 모든것들이 평탄하다고 생각되었을때, 취미를 가져도 될만한 여유가있을때야말로 게임을 즐기기 알맞은 시간이 아닌가 하는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내가 몇년전에 문명5를 소개해드린뒤로 꽤 많은 시간을 문명건국에 쏟으셨다.
벌써 나이가 지천명을 넘기셨지만, 너무나도 재미있게 최신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가 조금은 젊어진것같아 마음이 좋다.
때떄로 나랑 멀티플레이도 같이 하시는데, 아버지와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는 데에는 게임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란 나이가 들면 승부욕도 떨어지고 근성도 줄어들기 마련인데, 게임을 시작하고부터는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신지 모든 일에 의욕적이 되셨다.
언젠가 문명을 접하기 전,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떤게 기억난다.
"난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새로운걸 배우지 못해. 하지만 넌 젊잖니. 내가 네나이가 될적이면 뭐든 새로 배울수있을텐데..."
하지만, 내가 아버지께 게임을 소개시켜드린 이후로 아버지는 이제 곧잘 무언가를 해보시려고하신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최근들어서는 골프도 치러 나가시고, 집안에 당구세트를 장만하셔서 당구연습을 하시는가하면, 내가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만들고있으면 관심있다는 눈치로 이것저것 캐물으시는게 전과비해 상당히 의욕적으로 변하신것같아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많이 젊어지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게임 즐기는 데는 나이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나이 먹고 게임한다고 부끄러워하지마라.
나이먹고 게임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사실은 그런 인생을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것이겠지만.
대리구매해드립니다
와우에서 할아버지도 봤는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