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고양이.."

담 위를 우아하게 걸어가는 고양이. 마침 나는 옆집 아저씨와 대화중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표정이 굳어졌다.

"고향은 왜 묻는 거니?"

경계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은 마치 고대 무당들이 금기를 어긴 사람들을 대하는 듯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해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니요. 저기 저 담 위에 고양이가 있어서."

"아~하하 그건 그렇고.."

아저씨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가?

몇 마디의 대화가 끝나고 아저씨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대문을 열면서 뒤를 돌아보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웃으면서 인사를 하던 표정과는 다른 섬뜩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하늘에는 북극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발정기인가? 고양이 소리가 들려온다.

"야옹 야옹 캬학!"

더이상 고양이의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보다 아다를 먼저 깨다니.. 고양이가 부럽기만 했다.

하..

"탁 탁 탁.."

나는 시인이자 화가. 밤하늘이라는 도화지에 의인화시킨 고양이로 수간장면을 그려낸다.

빨라지는 머릿속의 프레임과 손의 움직임. 곧이어 하얀 석유가 시추된다.

그리고는 옛 중동 사람들처럼 그것을 악마의 물이라 여기며 닦아낸다.

마치 탈무드를 쓴 유태인이 된 기분이다. 그런 느낌도 잠시 서서히 눈이 감긴다.

대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 끔찍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 머리가 깨진 고양이가 누워 있는 장면.

이는 분명 격렬한 사까시의 흔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같은 수간물로 딸치는 놈이 있는 마당에

진짜 고양이로 수간을 하는 놈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누가..?

고양이 시체 근처엔 피가 낭자해 있었다. 이는 귀두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고양이 대가리가 깨져 나온 건지는 몰라도 바닥에는 옆집으로 향하는 붉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무엇 때문이지? 난 궁금했다. 어제 고양이 때문에? 고양이 소음 때문에?

그러나 그것 때문이라면 죽여도 우리 집 대문 앞에 고양이를 버려두었을 리는 없었을 터.

계속 드는 의문을 이기지 못하고 옆집으로 향했다. 옆집 대문을 두드리니 아저씨가 팬티만 입은 채로 나왔다.

아저씨는 검은색 삼각 스판팬티를 입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검은 고양이 같았다.

"아저씨 아저씨가 고양이 죽였어요?"

"뭐? 고향?"

아저씨는 갑자기 불쾌감을 표현했다.

"아니요. 저기 제 집 앞에 고.양.이. 아저씨가 죽이셨냐구요."

그제서야 알아 들은 듯 아저씨는 웃는 얼굴로 사과를 하셨다.

그리고는 팬티바람으로 우리집 앞에 나가더니 고양이를 들어서 우리집 앞 집 담 너머로 날려버렸다.

날아가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고양이의 체액이 어젯밤 내가 흘려보낸 악마의 물을 방불케 했다.

그 후로 몇 일이 지났다.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날부터 마을에는 고양이 살인마가 생겼다.

하루에 한 마리씩 마을의 고양이는 머리가 깨진 채로 누군가의 대문 앞에 버려졌다.

나는 범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앞집 사람이었다. 아저씨가 던진 고양이 때문에

앙심을 품은 것이 틀림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경찰을 대동하여 앞집 대문을 두드렸다. 앞집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결국 강제로 열게 된 문. 그런데 앞집 아줌마와 아저씨가 한창 교미를 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고양이처럼 짝짓기를 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군. 암."

경찰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경찰서로 돌아갔다. 나도 그 장면을 계속 보고 있을 순 없으니

집으로 돌아갔다. 범인은 누구일까..

"쾅쾅쾅"

철로 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것은 필시 우리집 대문이리라.

나는 재빨리 대문을 열었다. 대문 앞에는 옆집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는 오른손을 뒤로 감추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감. 애써 공포감을 감추고 아저씨에게 묻는다.

"무슨 일로?"

그러나 아저씨는 묵묵부답. 여차하면 무언가가 터질 조짐이 보였다.

"아저씨가 고양이.. 컥.."

갑자기 내 목을 쥐는 아저씨의 왼손. 아저씨는 매우 격분했는지

얼굴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내 상태는 더욱 심상치 않았다.

"아따 시방 나가 즌라도 사람이다. 나가 죄졌냐? 죄졌어잉?"

논지에서 한참을 벗어난 대답. 아저씨는 피해망상에 잠식되었는지 고양이든 고향이든

그것을 입밖으로 내면 화를 내는 듯 했다. 숨통이 조여온다.

'하.. 아다도 못 떼고 죽는구나..'

한탄의 눈물이 내 뺨을 적셨다. 그런데 그 순간 문뜩 내 뇌리를 스치는 한 생각.

어릴적 보았던 학교괴담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방송실 귀신을 퇴마하던 그 때가 기억이 났다.

그렇지만 이것이 통할리가 만무. 아저씨는 사람이었다.

안타깝게 마무리할 인생. 막힌 기도를 겨우 넓혀 마지막 소리를 냈다.

"슨상!"

그러자 옆집 아저씨는 눈이 흔들렸다. 그러나 손은 그대로였다.

"슨상! 슨상! 슨상! 슨상!"

연거푸 외쳐대는 슨상. 효과가 있었는지 어느새 옆집 아저씨의 왼손은 힘이 풀려 있다.

겨우 목을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 아저씨는 내게 다가왔다.

"오..오지마! 오지말라고 씨발!"

궁지에 몰리자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뿐 내겐 무기가 없었다.

아저씨는 벌써 세 발자국 앞에 위치해 있다.

"김대중 개새끼!"

그 순간 조용해지는 분위기. 아저씨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더니 용광로의 철처럼 붉어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쓰러졌다.

김대중 개새끼란 말에 너무 화가 나서 급성 쇼크로 죽은 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다도 못 떼고 죽었을 인생. 제 2의 삶을 얻은 듯 했다.

일단 쓰러진 아저씨를 저만치 치워놓고 딸딸이로 생존의 기쁨을 만끽해야 겠다.

"탁 탁.."

다시 시작된 작품활동.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눈에 띈다. 어제 보았던 아저씨의 탱탱한 검은 팬티가 생각났다.

나는 어느 새 무의식적으로 아저씨를 향해 딸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냐 욕망을 분출하고 난 깨달았다. 난 네크로필리아 였다는 것을.

요 몇 일 몽유병약을 먹지 않았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미 경찰을 불러놨던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