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도 내가 아는 나이 지긋하신 치킨 배달부 중에는

프로그래머 출신만 꽤 여러명 있다는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들 왕년에는 한 가닥 하는,

자부심 넘치는 엘리트 프로그래머였다고들 한다.

 

그러나 젊은 애들한테 밀려 어쩔 수 없이 제 발로 나오거나 짤렸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며 눈물을 보일 때 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건, 그들이 현재 치킨 배달부로서 일하는 게 오히려 과거에 밤낮없이

코드만 짜면서 착취당하는 프로그래머 일보다 훨씬 쉽고 편하며 급여도 높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떤 배달부 중에는 왜 진작에 이 일을 먼저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사람도 있었고,

남들이 프로그래머 입문할 때 차라리 자신은 치킨 배달부 일을 시작했다면

지금쯤 이미 아파트 한 채를 샀을꺼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