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이 넘고 군대까지 다녀와서도 자기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또는 뭘 잘하는지, 뭘 해서 먹고살건지 정해진 것 없이 그냥저냥 학교 가고 과제 나오니 과제하고 시험때 되니 시험 치고....

어렸을때부터 대학 가야 한다니 학원 다니고, 공부 하라니까 그냥 하다가 대학을 가게 되고... 이렇게 질질 끌려다닌 삶의 관성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별 고민없이 오늘도 주어진 밥을 먹고 눈앞에 벌어진 일을 그때그때 처리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졸업은 다가오고 어디 취직은 해야겠는데 자기가 무엇에 적성이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그저 어디가면 돈 많이 준다더라, 어디가면 상여금이 빵빵하다던데... 귀가 솔깃해서 여기저기 닥치는대로 이력서 막 찔러넣지.

하다못해 학벌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딱히 남들에 비해서 뛰어난 것도 없어보이는 무미건조한 인간이다보니 운이 좋으면 어디 얻어걸려서 취직하고, 대개는 점점 눈높이를 정상화해서 어디 이름도 모를 회사라도 찔러보고 스스로를 자학하며 패배자의 굴레를 뒤집어 쓰는 것이고...

그리고나서 학벌이니 뭐니 핑계를 댄다.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남의 인생을 살아오다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복기하며 고작 한다는 생각이 \'고딩때 공부 좀 열심히 해둘걸\', \'좀 더 나은 학교 갔으면 이꼴은 안됐을텐데\' .....쯧쯧..

이러니 운좋게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봤자, 잘못 살아온 자기 인생을 애한테 그대로 답습시키며 부모와 자식이 또다시 패배자의 굴레를 뒤집어 쓰게되지.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 눈치보며 단타치고 빠지는 개미들처럼 평생을 \'반작용 정신\'으로 살아가니 이곳에 와서도 맨날 하는 소리가 포폴이 쓸모 있네 없네, 대기업은 그딴거 보네 안보네 이런 시덥잖은 얘기를 한다.

정작 자기가 뭔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지 없는지, 만들 수는 있는지 만들 능력이 부족한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게 하나도 없고....

삼성에서 뭐 한다더라 하면 우르르 몰려가고 저쪽에서 또 이거 본답니다 하면 좌르르 쓸려가고...

이렇게 가벼운 존재들, 존재감 없는 존재들의 흔적이 느껴질때마다 딱하다는 감정과 역겹다는 감정이 교차한다. 이런 것들은 세상을 탓할 자격도 없다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하기 위해서 두렵고 힘들어도 끝까지 밀어붙여본 사람이 나중에 잘 안돼서 세상을 욕하고 탓할 권리가 있지, 한평생을 기웃기웃 살아온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세상을 탓하고 욕하겠나.

그냥 패배자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