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왕(王)의 갑골문 어원 개념도.이락의 著 한자정해 삽화■ 사족(蛇足)
왕(王)과 군(君)은 3500년 전의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유서 깊은 단어들이다.
王 은 무기인 도끼 그림으로 ‘권력’의 뜻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설명과 ‘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모자 그림이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갑골문을 읽은 결과다. 허신의 ‘설문해자’(100년경 저술)는 석 삼(三)과 뚫을 곤의 합체로, 하늘 땅 사람의 3재(才)를 꿰뚫은 존재라는 그럴싸한 ‘썰’을 풀었다. 1899년 처음 발견된 갑골문의 존재를 대학자 허신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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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군(君)의 갑골문 어원 개념도. |
君 은 다스릴 윤(尹)과 입 구(口)의 합체다. 홀(笏)과도 같은, 권력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쥔 손과 명령하는 입을 함께 그린 것이다. 입 구(口)는 신에 대한 기도 또는 그 내용을 담은 상자로도 본다. 무당으로서의 임금의 의미를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인 것이다.
6월 28일에 세계일보에 이런 기사가 났네요.

저 그림은 이락의 저 비봉출판사의 한자정해에 나오는 그림들임. 내가 그 책 가지고 있어서 앎. 물론 원저작자는 중국인이고 우리나라에서 번역해서 출간된 거. 王(임금 왕)의 갑골문이 도끼라는 설은 중국 문자학계의 정설이나, 나는 그 설을 신용하지 않음. 도끼라는 설의 근거는 금문에서 도끼와 비슷한 모양으로 장식화되어서 나타나는 것을 근거로 들곤 하는데, 다른 글자들도 금문에서는 어원과 상관없으면서 이상한 상징적인 장식으로 바꾸어 놓은 경우가 많음. 어원이 점차 잊혀졌다는 거겠지. 난 王의 어원은 흙무더기를 그린 土(흙 토) 위에 지사부호 一이 더해져 땅[土 땅 토] 위에서 가장 높은[一] 사람을 나타낸 것이라 풀이함. 士는 王의 생략자이고.
金(쇠 금) 자도 今 + 王의 합성자임. 王이 三才를 꿰뚫은 것이라는 후한의 문자학자 허신의 설은 당시 시대 상황상 갑골문이라는 것의 존재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발생한 오류임. 당시 접근할 수 있었던 서체인 고문(금문, 전국문), 대전, 소전, 예서, 해서만을 바탕으로 풀이했기 때문에 오류가 심심찮게 발견됨. 허신의 얘기는 갑골문이 발견된 이제는 참고만 해야되는 부분임.
口(입 구)를 축문을 담은 그릇으로 보아 신과 결부시키는 해석은 일본의 문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의 전형적인 해석인데 나는 그거에 대해서 반해. 口는 사람의 입을 그린 글자지 전혀 그릇과 관련있는 글자가 아님. 口를 '그릇'과 결부시키는 사람들이 근거로 드는 글자가 合(합할 합) --- 그릇을 뚜껑으로 덮어놓았다(?), 器(그릇 기) --- 개고기를 담은 그릇(?) 을 근거로 드는데 이들은 모두 무지에서 비롯된 단견임.
合은 입맞춤의 상형임. 갑골문을 보면 명백히 口(입 구)와 口를 180도 회전한 자형의 합자임. 즉 입맞춤의 모습에서 맞다, 맞추다, 합하다의 의미가 나온 거지. 器 자는 문자학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인데, 일단 器의 본래 뜻은 '그릇'이랑 전혀 상관이 없다. 犬은 단순한 개고기가 아니라 제사에 바쳐진 개고기이고, 口는 사람들의 입임. 제사 의식을 그린 글자지. 그 근거로 靈(영묘할 령)의 古字(고자) 중에 밑 부분이 巫 대신에 器인 이체자가 존재함. [기]라는 발음에서 보면 원래는 '빌다'의 뜻으로 气=乞(빌 기)와 통자로 보이나, 이후 개고기를 담은 그릇에서 '그릇'의 뜻이 나오면서 주객이 전도됨. 전형적인 약정속성.
君(임금 군)은 너무 쉬운 글자니까 굳이 설명하지 않을게. 막대기를 든 손 尹(丨 + 又 맏 윤)의 상형자와 口(입 구)의 합자로 지휘하는 사람의 의미. 群(무리 군)은 양떼를 막대기로써 치고 말로써 이끄는 장면을 나타낸 거고.
물론 君의 발음 [군]은 尹(윤)의 발음에서 왔겠지? 원래 [군]이 아니라 [균] 정도의 발음인데 단모음화된 거임. 춘향뎐이 춘향뎐 → 춘향젼 → 춘향전이 되어갔듯이.
우리나라에서 한자 어원의 최신 정보를 그나마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최근에 하영삼 교수가 편찬한 '한자어원사전'이라는 책이 유일한 듯. 물론 그 사전의 내용도 최신으로 업데이트가 안된 정보가 간혹 보이지만, 하영삼 교수가 책을 편찬하면서 문자학계의 정설들을 최대한 실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짐. 하지만 저 책으로도 심도있는 정보를 얻기는 힘들고, 정말 제대로 정보를 접하려면 중국어로 된 논문들을 읽어야 함. 그리고 문자학(한자 자원) 뿐 아니라 음운학, 언어학, 역사학 등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됨.
3번째 덧글에서 '그거에 대해서 반해'라고 적은 말은 반대한다는 의미인데 오타남.
그렇군요.
직접 연구에 뛰어들어 보면 뼈저리게 느끼겠지만 중국 문자학자들 순 엉터리 학설들이 많아. 그 중에서 믿을 만한 정보는 절반 정도 밖에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