運化氣, 동서를 아우르는 존재론적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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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1803~1877) 철학은 조선 후기 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은 그의 학문적 성격이 서양과학을 수용해 전통철학을 새롭게 발전시켰다는 기존의 주장이나, 서양의 과학기술과 동양의 윤리도덕을 어정쩡하게 결합시켰다는 東道西器論 따위의 평가가 포착할 수 없었던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래 문물 수용에 대한 주체적 학문 태도는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은 전통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서양과학만이 아니라 서학에 반영된 기독교 철학, 더 거슬러 올라가 중세 후기 토미즘의 영향을 주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과 철학에까지 맥락이 닿아 있다. 비록 그러하나 그것을 적절히 비판하고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녹여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는 자신의 철학으로 재창조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여기서 그에게 다가온 문제는 동(주자성리학)과 서(서학/기독교)의 지역적 또는 문화적 편협성과 불합리성을 극복하고, 그 둘을 아우르는 보편적 학문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완성한 것이 氣學이다.


『運化測驗』(1860)은 최한기 기학의 존재론적 기반을 뒷받침하는 자연철학적 저술이다. 곧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적 자연학과 형이상학, 그리고 신학적 목적론을 반영시킨 중세 토미즘의 자연신학적 견해를 비판·극복하고 그의 기학적 입장에서 저술됐다.


주지하다시피 4원소의 세계관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등장한 이후까지도 한동안 서양 학술과 문화를 지배했던 우주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