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공돌이 새끼가 뭘 안다고"


1991년 겨울이었다고 한다. 퇴근 후 인천 갈산역 앞 맥줏집에서 한잔하고 혼자 살던 동료의 자취방에서 잠을 청했다. 단잠에 취한 새벽녘, 눈을 떠보니 한 무리의 사내들이 허름한 자취방 문을 뜯고 들어왔다. 까닭도 알 수 없었다. 난투극을 벌였지만 역부족, 사내들은 신발과 혁대를 뺏고 눈을 가린 채 승용차에 태워 그를 어딘가로 데리고 갔다. 어디쯤일까 가늠해 보려 했지만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가리개를 벗고 보니 지하 골방, 고문실이었다. 영화에서나 봄 직한 곳. 작은 재판정처럼 한쪽에 단이 있고, 약간 높은 그곳에 한 사내가 판관처럼 앉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안기부(현 국정원)의 안가였다.

합 법적인 구속영장 같은 것을 요구한다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5일 동안 고문을 당했다. 잠을 재우지 않고 몽둥이로 구타를 일삼는 건 기본, 치욕스럽게 알몸으로 벗겨두곤 성기를 때리기도 했다. 당장 현재의 고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 곧 실제가 되어 다가올 지도 모를 공포스러운 협박들이었다.

"너 여기서 살아서 나갈 거 같아? 너 같은 거 쥐도 새도 모르게 냉동탑차에 실어 저 바다에 빠뜨려 버리면 끝이야. 군부대 뒷산에 묻어버려도 되고…. 네 딸 이름이 민주라며? 1984년 4월 15일생. 4월 15일이 김일성 생일인데 거기 맞춰서 낳은 거 아니야?. 네 마누라도 데려올 수 있어."

그렇게 그의 존재는 무참하게 짓밟혔다.

"너 자본론 읽어봤어?"
"못 읽어 봤는데요."
"석탑에서 나온 노동법 읽어봤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9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