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사전엔 '삼나무 삼', '삼 삼' 밖에 나오지 않아서

사실 좀 의아스러운 글자여서 살펴봄.


청나라 때 한자 사전으로, 현대 한자 사전들의 근거 자료 밑바탕이 된 사전인 강희자전에서

杉 자를 찾아보면 檆의 속자(俗字)라고 나온다.



저 풀이들 중 설문해자(說文解字)의 作檆 부분이 檆으로 쓴다[作 ; 글을 쓰다]. 라는 뜻이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사전인 이아(爾雅)에는 煔(번쩍할 섬/첨)으로 쓴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밑에서 설명할 것이다.


아무튼 杉의 유래를 살펴보기 위해 이번엔 檆을 강희자전에서 찾아보자.

강희자전의 내용이 상당히 짧다. 그래서 설문해자 원문도 살펴 보았다.



木也(나무다). 從木煔聲(木 자의 모양을 따르고 煔은 소리이다).

所銜切(발음은 초성은 所(소)와 같고, 중성/종성은 銜(함) 자와 같다).

옆의 注 부분: [주석] 신 서현 등이 말하기를, 지금은 속세에서 杉으로 쓰는데, 잘못된 것이다. - 라 하였다.


그다지 글자 풀이에 유용한 내용이 없다. 煔(섬/점/첨) 자에서 발음이 온 건 당연한 건데 ㅋㅋ

그래서 아까 爾雅에서 煔이라고도 쓴다는 내용에 따라 煔 자의 강희자전 내용을 살펴보았다.



무쟈게 길다. 여기서 잠깐 강희자전 보는 법을 배워보자.

강희자전은 고대의 각종 한자 사전, 문헌 들에서 그 글자에 대한 내용과 예문을 뽑아 나열한 사전이다.

강희자전에서 又(또 우 - "또는"이라는 뜻) 라고 되어있는 부분은,

그 다음에 오는 내용이 앞 부분과는 다른 뜻임을 의미한다. (같은 뜻이더라도 발음이 다르든지)


원래 煔 이 글자는 섬광(閃光)이라는 말에서 자주 보는 閃(빛날 섬) 자의 고자(古字: 옛 글자) 형태이다.

占(점 점, 차지할 점) 자에서 발음이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炎(불꽃 염) 자에서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고음, 중고음, 중국음, 일본음, 광동어음, 베트남음 다 고려해 보면 음운학적으로 占이 더 확률이 높음)


그래서 삼나무와는 관련이 없는 뜻들도 많이 보인다.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하는 부분은 후반부의 이 부분.

이아(爾雅)의 석목(釋木) 편 내용.



나무 이름이 煔이 아니라 柀煔(피섬/피삼) 임을 알 수 있다.

(柀 자도 '삼나무 피'로 사전에 나온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檆 자는 단독 글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柀煔/柀檆(피삼)에서 갈라져 나온 글자라는 것(포도(葡萄 - 포도 포, 포도 도)처럼 말이지. * 전문 용어로 연면사라는 개념임.).


피삼은 木을 떼고 보면 글자 그대로 皮煔(피섬 - 껍데기 피, 번쩍할 섬). 나무 껍질이 반짝반짝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이걸 나무 이름으로 했고, 이후 나무 이름이라는 걸 분명히 하려고 木(나무 목) 변을 각자 붙여서 쓰기도 한 거지.




그럼 檆을 왜 한나라 즈음부터 지금까지 杉으로 더 많이 쓸까.

그건 글자가 더 간단하기 때문임. 彡(터럭 삼) 자도 머리카락의 뜻 외에 광채의 모양의 의미로 쓰일 때가 많은데,

이 의미가 煔(번쩍할 섬) 자와 통하고, 발음도 가깝기 떄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