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죽는다더니 요즘 내 꼴이 꼭 그 형국이다. 소한이 지났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하다. 그 기세에 눌려 죽은 듯 방콕(!)하고 지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모처럼 날씨가 좀 풀려 두툼한 잠바를 걸치고 마을을 벗어나 논밭뙈기 사이로 난 농로로 걸음을 떼어놓는다. 사실 나는 지난해 봄부터 늦가을까지 이 농로를 거의 매일같이 걸었다. 단지 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논밭두렁에 돋아난 잡초를 뜯어먹으러! 웬 잡초 타령이냐고? 나는 식재료비 0원의 잡초를 뜯어먹으면서 그 강한 생명력과 뛰어난 약성(藥性)에 반했고, 흔하디흔한 잡초야말로 미래 식량의 한 대안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다. 덕분에 ‘흔한 것이야말로 귀하다!’는 깨침도 새겼다. 그렇지 않은가. 금화 같은 ‘흔치 않은 것’을 숭상한 결과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경제 체제는 이제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흔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만이 전지구적인 파국을 막을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개망초·달맞이꽃·곰보배추몸을 한껏 낮추고
겨울을 지혜롭게 이겨낸다 짓밟히며 강해지는
질경이·민들레·애기땅빈대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시퍼렇게 돋아나
‘지옥에서 살아난 잡초’로 불리는 쇠뜨기
이들을 보면
삶의 역경에 맞설 힘이 생긴다
요즘 잡초 속에서 지내며 잡초로 반찬을 삼고, 잡초를 삶의 스승으로 배우는 고진하 목사 시인. 사진 고진하 목사 시인 제공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74475.html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