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대표
구글서 5억원 지원받는 '멋쟁이 사자처럼' 이두희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괴짜 프로그래머·준(准)연예인·백수…" 

정체가 오락가락하는 이 남자가 23일 활짝 웃었다. 그저 좋아서 4년을 매달렸던 비영리 단체가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 구글의 사회 공헌 사업에 뽑혀 5억 원의 운영 자금을 받게 됐다. 

이름도 괴상한 소프트웨어(SW) 교육 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의 창립자 겸 대표인 이두희(33) 씨 얘기다.

이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선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무임금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맡아준 자원봉사자 130여 명에게 고맙다. 지원금으로 한숨 돌렸으니 이들과 함께 MT라도 가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03학번인 이씨는 과거 '별종 해커'로 유명했다. 서울대 전산망의 보안 문제점을 알리겠다면서 해킹을 감행하며 같은 대학 출신의 연예인 김태희의 입학 당시 사진을 유출하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과 대학원에서 전산학 박사과정까지 밟았지만 '학교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중퇴해 2013년 1월 멋쟁이 사자처럼을 세웠다. 

'구글 임팩트 챌린지' 지원 대상팀
학원에서도 접하기 어려웠던 실전 프로그래밍을 컴퓨터 비전공 대학생에게 쉽게 가르쳐 누구나 자기가 구상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게 해주겠다는 생각의 결과였다.

단체 이름은 당시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다 붙였다. 대학원 중퇴 '백수' 처지지만 '백수(百獸)의 왕' 사자처럼 당당하고 멋쟁이처럼 살고 싶다는 뜻이다. 

애초 서울대·연세대·한양대 등 몇몇 학교에서 컴퓨터 전공자들을 자원봉사자로 영입해 운영했던 이 사업은 돈은 안 됐지만, 반응만은 폭발적이었다.

ICT(정보통신기술) 창업·취업을 준비하는 비(非)이공계 학생들이 '가뭄의 단비 같은 곳'이라며 몰려든 것이다. 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교육비는 6개월에 딱 3만 원씩을 받았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직접 전염병 경로를 추적하는 지도를 만들고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현재 전국 85개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 임팩트 챌린지 측은 멋쟁이 사자처럼이 심사 위원 평가와 일반인 온라인 투표 양쪽에서 모두 대회 최고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기업 기부금을 일부 받은 적은 있지만 4년 동안 사실상 운영진의 '열정'만으로 겨우 버텼다"이라며 "구글 지원금을 토대로 교육 대상의 범위를 초·중·고교와 직장인으로 넓혀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다니던 스타트업(신생벤처)에서 퇴사해 다시 백수가 됐다"며 "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배수의 진'을 친 셈인데 결과가 좋아 그럭저럭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씨는 몇몇 TV 예능 프로그램에 '천재 해커'로 출연한 덕에 IT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낯이 익다. 그래도 그는 자기의 주업으로 SW 교육을 꼽는다. 

23일 결선 행사에서도 이씨 옷차림은 흰색 면티·반바지·운동화의 '백수 패션'이었다. 이날 그 '백수의 왕'은 '멋쟁이' 꿈을 계속할 새 발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