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현장에서 지금껏 했던 일 중에 가장 힘든 작업을 배치받았다.
좁은 피트에 세워진 150mm 소방파이프 입상관과 온수 입상관에 바이패스를 수직으로 묶는 일이다.
배관쪽 모든 팀들이 두손 들고 결국 우리팀에게 왔다.
경력 오래되고 힘도 장사인 제일 나이 많은 형님과 나 그리고 38세 동생 세명이 맡았다.
후렌지 장구통 자동감압변 버터플라이밸브 등을 쓰는데 솜씨있는 배관사와 실력있는 용접사에 한두명 조공이 붙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형님이 용접사 뺨치는 용접기술을 갖고있어 단 세명으로 일을 치고나간다.
내가 테크놓고 형님이 용접, 동생이 조립.
사방 1m정도의 공간에서 파이프 중간을 따고, T부속을 때려넣어 용접, 후렌지 조립, 밸브얹기를 거미줄처럼 엮어간다.
내가 볼트-너트를 조이는 공간은 18cm다."





"

야근을 마치고 씻는 시간에 비가 온다.
공사장 한 쪽 귀퉁이에 마련된 간이세면대 수도에 머리를 적시며 그나마 하루 노동의 열기를 식힌다.
수백명 일하는데 수도꼭지 달랑 5개.
장마철 시작 때 쳐놓았던 찬막마저 철거해서 비맞으며 씻을 수밖에 없다.
오후부터 비누가 떨어져 요청했건만 원청건설사는 비누 하나조차 무거운가 보다.
처음에는 도심 비좁은 공간이라 이해하려고 했는데 제빙기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 얼음이 떨어진 날 원청관리자에게 이야기했다. 돌아온 대답은
"두가지 경우가 있다. 고장났을 수 있다. 그러면 수리요청하겠다. 사람들이 많이 퍼가서 얼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내가 할 일은 없다."
좀 황당했으나 조치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며칠째 얼음이 떨어져도 꿈쩍않던 원청이 안전조회 때 불만이 터져나오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바로 얼음을 사와 제빙기에 채워넣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 얼음이 떨어지는데도 채워넣지를 않는다.
원청에 안전비용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안전의식과 안전의지가 없어서일까?
아침조회 때 "폭염이니 쉬면서 하세요, 수분섭취 충분히 하세요, 제빙기 갖다놨으니 얼음물 드세요."
번지르하게 말은 해놓고 행동은 딴판이다.
결국 현장노동자를 인간으로 대해주지 않는거다.

그런데 인간미 뚝 떨어지는 일을 야근 막판에 두번 겪었다.
우리팀이 3층 공조실 작업을 마치고 전등을 챙겨 나오는데 어두운 곳에서 혼자 청소하던 작업자가 우리 전등을 애처럽게 쳐다봐서 전등을 잠시 빌려줄까 했는데 동료가 작업자에게 명함과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작업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전등 없어도 되니 그냥 가라하며 묵묵히 청소를 한다.
자본에게도 노동에게도 인간미가 없을 수 있다는 현실을 목도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공조기에 달린 냉온수 공급관, 환탕관이 모두 동파이프라 동용접봉이 필요해서 사무실에 가니 한웅큼(갖고오며 세어보니 24개)을 주며 비싼 거니까 아껴 써라, 남으면 꼭 갖고 와라 신신당부를 한다.
용접을 마치고 남은 10여개를 반납하며 "알뜰하게 쓰고 남겨왔습니다."
하니 돌아오는 말이
"뭘 아껴서 써. 용접굳지가 적어서 그런거지." 한다.
주둥아리를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어쩜 저렇게 싸가지가 없을까!
고마움을 모르는 중간관리자,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비오는 퇴근길, 막걸리가 그립다."






"공조실 배관 야간작업.
제작해온 바이패스가 현장에 맞지 않아 몇군데 잘라 줄이고, 엘보 방향 바꿔서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부속이 들어오면 한쪽은 입상에 다른 한쪽은 공조기에 묶는다.
안에는 여전히 찜통더위이지만
밖에 보이는 명동성당 야경은 황홀할 정도이다.
먹구름 하늘 - 남산타워 - 명동성당 뾰족탑 - 헐어버린 옛 건물터가 불빛에 비춰 묘한 조화를 이룬다."






"건설현장 여름 쪽잠의 진수 ㅎㅎ"





"아침 체조와 안전조회.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고 천장까지 쳐놔서 숨막힐 장소에 몇백명을 몰아넣고 체조 ㅜㅜ
원래하던 국민체조 생략, 밀착 생략, 등주물러주기 생략해도 땀이 줄줄, 답답하고 짜증나서 여기저기서 웅성일 수밖에 없다.
아침 시작이 쾌적하고 집중 분위기여도 사고위험이 적지 않은데 아조 일하는 사람들을 조지며서 안전조회란다.
제빙기도 텅 비어있고,
엘리베이터도 늘 만원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