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댓글 시인 제페토 첫 시집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56744.html


2010년 뒤 댓글 시 포함 120여편
한국 사회 아픔·그늘진 곳 ‘눈길’
신원 확인 거부…40대 남성 추정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그 쇳물 쓰지 마라’ 전문)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젊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들어 있어 숨진 이의 주검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제페토’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이 조시(弔詩) 형식으로 쓴 댓글이었다. 여느 댓글과 달리 시 형식을 띤 이 댓글에는 다시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일각에서는 시에 쓴 대로 숨진 청년의 추모 동상을 세우자는 모금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제페토는 그 뒤에도 시 형식 댓글을 꾸준히 달았고, 그의 댓글 시를 부러 찾아 읽는 독자들도 생겨났다. 제페토에게는 ‘댓글 시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