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찬 편집장과의 대면 인터뷰는 11월10일 오후 2시간여 동안 진행됐고, 이후 송채경화 기자가 전화통화와 전자우편으로 여러 차례 보강했다. 장문의 인터뷰를 3개 기사로 나눠 온라인에 먼저 싣는다. 더 자세한 인터뷰는 다음주에 발행될 1138호에 게재한다. _편집자
① 미국 대중의 합리적 선택
②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라
③ 박정희 패러다임을 폐기하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울 광화문 인근 어느 오피스텔에 마련한 작은 연구실에 매일 나간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11월10일 오후 찾아간 연구실 책상에는 이날치 <뉴욕타임스>가 놓여 있었다. 교수 재임 시절에도 그는 국내외 주요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날 <뉴욕타임스> 1면 머리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기사가 실렸다. 몇 장을 넘기니 퇴진 압박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 기사가 꼭두각시를 풍자하는 사진과 함께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워싱턴 기득 정치권에 대한 혐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중요한 사건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큰 변화를 반영하는 정치 현상이다. 1930년대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회보장 및 복지 확대, 경제 부흥, 그리고 1980년대 이래 ‘레이거노믹스’로 알려진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 그 뒤를 이은 세계화의 가속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환경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장기적 사이클의 경제 변화는 사회적 격변을 동반해왔다. 이번 트럼프 현상도 사회적·경제적 격변이 만들어낸 정치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는 본다.
불행하게도 트럼프의 당선으로 표현되는 정치적 대응이 시대적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격변에 대응하는 데 있어, 그 충격을 완화·치유하고, 경제를 건강하게 만드는 좋은 방향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는 20세기 전간기(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에 세계적 대공황과 경제 불황이 독일 나치 등장과 유럽 전역에서 극우정치 운동을 불러온 역사적 사례를 알고 있다. 이 점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불길하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영국 유럽연합 탈퇴와 함께 세계적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는 대사건이다.
트럼프의 당선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기존 미국 정당 체제로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즉, 민주·공화 중심 양당 정치체제가 제시하는 선거 공약, 정책 대안을 가지고 기존 지지자들의 요구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워싱턴 이스태블리시먼트(establishment), 즉 기득 이익에 안주하는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불만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민주당, 공화당을 불문하고 워싱턴 중심 기득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증가했다. 이 점에선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역시 트럼프의 등장에 일정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기존 공화당의 바깥에서 온 ‘아웃사이더’로 이런 기득 체제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선 트럼프는 (힐러리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한) 버니 샌더스와 공통점이 있다. 이념적·정치적 지향이나 정치적 배경에서 정반대에 있지만, 트럼프나 샌더스는 기존 정당 범위 밖에서 나타난 아웃사이더의 반란이었고, 그 배경에는 당료 중심 정당조직을 공격한 포퓰리스트들의 도전이 있었다.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 엘리트 체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현실을 해석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대표하기 위해 미치광이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정도로 적극적·공격적으로 캠페인을 했다. 트럼프는 기존 양당 체제로 대변될 수 없는 요구를, 상궤를 벗어나 엄청난 과감함을 보여주면서 도전했다. 트럼프 당선은 그런 파격적 행태와 전략이 성공한 결과다.
보수와 진보적 요소 뒤엉켜 있어
트럼프 당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퇴행적이고, 파시스트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위험한 측면은 많다. 그렇지만 흥미 있는 것은,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공약과 발언이다. 그 내용에는 진보적인 면과 보수적인 면이 동시에 혼합돼 있다.
정당의 엘리트들이 시대 변화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할 때,
솔직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트럼프로 정치기득권을 좀 흔들어놓는게 좋을 수 있음 - return 0;
김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