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오덕씨는 공인인증서로 온라인 결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제로 다운받으라는 온갖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알 수 없는 에러가 나면서 윈도우가 뻑이 났습니다. 수년간 한국식 공인인증서에 치를 떨어왔던 오덕씨는 그날 밤 한국의 컴퓨터 보안이 왜 이따위로 개판이 되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덕씨는 IT 분야에 30년을 몸담고 있어 복잡한 보안 관련 이슈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약간의 재주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으로 끝난 보안 웹툰 출판 프로젝트
하지만 온라인 보안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글로 설명하면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아 만화로 그리기로 했습니다. 내용은 오덕씨가 쓰고, 그림은 만화가를 섭외해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섭외비부터 만만치 않아 걱정이었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 만화가라도 페이지당 최소한 3만원은 지불해야 했으니까요. 보안 문제를 설명하려면 최소한 250페이지는 필요했습니다. 그림 작업비가 75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덕씨는 “보안 웹툰 출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보안 웹툰을 그린 다음 이를 책으로 출판하여 나눠주기로 약속하면 후원자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웹툰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약 한 달간의 펀딩 결과 오덕씨는 740만원을 후원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아마추어였지만 실력 있는 만화가를 구해 웹툰을 그렸고, 이를 온라인에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한국 보안의 문제점을 깨닫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웹툰은 오덕씨의 블로그에 연재를 했는데, 매 회 댓글을 통해 보안 관계자들과 일반 독자들 간의 격렬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웹툰을 올린 날은 방문자가 수 만명에 이르렀으며, 즉시 거의 모든 게시판에 퍼 날라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웹툰을 책으로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재가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오덕씨는 자가 출판을 강행해야 했습니다. 후원자들에게 책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므로 책은 무조건 찍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오덕씨의 딸이 디자인학과를 다니고 있었으므로 출간을 위한 디자인과 책 편집은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했습니다. 오덕씨의 아내도 인쇄소를 찾아 책을 찍고, 총판을 통해 책을 배본하고, 수금하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출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작가 오덕씨, 남편이 도와 달라고 해서 억지로 사장 감투를 쓰고 일산 출판 단지를 뛰어 다닌 아내, 그리고 아빠가 하라니까 어쩔 수 없이 표지와 본문 디자인은 물론 교정 교열 등 편집 작업과 인쇄 감독까지 해야 했던 딸까지… 세 초보가 얼렁뚱땅 책을 만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찍은 초판 2천권이 완판되었습니다. 후원자에게 돌려준 300권 정도와 홍보용으로 소진한 200부를 제외한 1500부가 다 팔려 나간 것입니다. 물론 나오자 마자 다 팔린 것은 아니고 2년이 걸리긴 했지만, 요즘 같이 책 안 읽는 시대에, 홍보비를 전혀 쓸 수 없는 개인 출판사가 만든 자가 출판물의 성과 치고는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완판된 후 오덕씨는 개정판을 다시 찍기로 했습니다. 2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IT 트렌드가 달라졌고 기술도 발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초판이 절판된 후 오덕씨에게 책을 구입하고 싶다는 메일이 자주 오고 있을 정도로 수요도 있어서, 만들기만 하면 팔 걱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달려 들었던 초판과 달리 개정판은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성공적이 아니었던 보안 웹툰 출간 프로젝트
이 이야기는 제가 진행했던 보안 웹툰 프로젝트에 관한 경험담으로, 실제로 출간 된 책 제목은 <도난당한 패스워드>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자가 출판을 한 이유는 출판해 주겠다는 출판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가 직접 만화책을 기획하면 스토리 작가와 만화가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책을 만들 수 있지만, 이 책은 이미 제가 모든 내용을 다 만들었으므로 인쇄비만 들이면 되는데도 거부를 당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출판사는 이 책을 인쇄비도 못 건질 책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될 조짐을 보였습니다. 출간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http://www.vop.co.kr/A000011268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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