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집중할 수 없다
바쁜 시간 속에서 창작할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시작 부분은 아니지만 떠오르는 것들도 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 대비 작업량 즉 효율은 극히 떨어집니다. 친구들의 술자리도 마다하고, 즐겨보는 예능 프로도 끊고 만든 혼자만의 이 아까운 시간에 하는 일은 창작 행위가 아니라 쓸데없는 웹 서핑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창작 작업 모드로 전환되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워드, 포토샵을 열고 일을 시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저는 순간적인 모드 전환은 불가능했습니다. 실제 작업에 들어갈 때까지 낭비에 가까운 시간이 소모되었습니다.
컴퓨터를 열어도 곧바로 워드를 열기보다는 일단 딴짓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귀중한 시간에, 해야 할 작업이 있음에도 웹 서핑이나 하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럽지만 이상하게도 이럴 때 인터넷의 자료들이 평소보다 훨씬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하다가 작업을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도 잊고 창작을 위한 시간 전부를 웹 서핑에 소모하곤 합니다.
실제로 지금 쓰고 있는 이 문단과 앞 문단 사이에는 2시간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원고지에 글을 쓰거나 타자기로 타이핑하는 것과 달리 컴퓨터로 작업하면 메신저나 메일 등 집중을 방해하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그 때마다 워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인터넷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면 결국 웹에 빠지게 됩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결코 창작 모드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조용히 홀로 앉아 있으면 잠이 옵니다. 잠이 오면 억지로 깨어 있기보다 잠깐 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창작을 위해 앉았을 때 오는 잠은 지독한 통과의례 같은 것입니다. 일상에서 창작 행위 사이의 경계를 넘어가야하는 스트레스가 잠으로 와서 그런지 자도 자도 피곤하고, 억지로 깨지 않는 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자게 됩니다. 책상에서 불량한 자세로 자는 것이 힘들어 피곤이 더 쌓이고, 작업은 안 하고 잠이나 자고 있다는 자괴감이 생겨, 그걸 잊기 위해 다시 잠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뭔가 창조적인 작업을 하려고 하면 잡 생각들이 머릿속이 머물러 나를 괴롭힙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래 전에 나를 괴롭혔던 사람에 대한 기억과, 그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분노에 쌓입니다. 수많은 아픈 상처의 기억 때문에 몸은 편하게 앉아 있지만 마음은 지옥에 빠져 있습니다. 번뇌에 사로잡히면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번뇌를 잊기 위해 또다시 인터넷에 빠져들게 됩니다. 놀랍게도 인터넷을 하는 순간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으면 여태까지 미뤄뒀던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꼭 이럴 때에 해야 할 일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물론 이 따위 가망 없는 창작 작업에 매달릴 시간에 빨리 그 일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글쓰기를 방해하는 번뇌일 뿐입니다. 번뇌를 벗어나는 길은 창작 행위에 집중하는 것 뿐입니다. 어차피 늦은 일이므로 할일 목록에 적어 놓고 나중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든 앉자마자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라면 집중이 잘 되는 장소를 찾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런 장소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스스로 알아내야 합니다. 조용한 도서관일수도 있고, 약간의 소음이 있는 카페일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잘 되는 사람, 혼자 있는 사무실이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언제 집중이 잘되는지도 찾아보면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새벽이, 누구는 한 밤중이 좋은 반면, 낮에 창작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때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며 아침형 인간형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오래 계속할 수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과 공간을 찾는다면 창조적인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가수 송창식씨는 늦게 자고 오후에 일어나는 생활을 평생 동안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글쓰기에 들어가면 방문을 밖에서 잠그고 밥도 죄수처럼 구멍으로 받아 먹으며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글 쓰기에 고통받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정말 획기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창작자들이 밤에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음악의 대가 엔리오 모리코네는 아침 일찍 작업실에 출근하여 마치 직장인이 일상 업무를 처리하듯이 오늘 납품해야 할 영화 음악을 작곡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만화가 허영만씨도 8시에 출근하여 6시에 퇴근하는 창작자입니다. 이렇게 몸을 망치지 않는 창작 방식이 가능해야만 오래도록 높은 품질의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도서관에 갑니다. 조용한 가운데 각자 자기 일에 몰입해 있는 도서관의 분위기가 나도 모르게 집중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순간순간 잡생각이 나고, 웹 서핑에 빠지기도 하며, 잠도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있을 때보다는 집중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도서관을 선호합니다. 딴짓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이 자각되면 잠깐 물이라도 마시러 나옵니다. 밖에서 바람을 쐬는 동안 들어가서 곧바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잘 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마감 기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전문 창작자가 되면 언론 매체가 요구하는 정해진 날짜까지 작업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 약속한 마감 기한이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므로 마감날이 되면 머릿속에 없던 내용까지 강제로 뽑혀 나옵니다. 매체에 기고 요청이 없는 아마추어라면 스스로 마감을 만들면 됩니다. 블로그를 한다면 예고를 함으로써 고정 방문자의 독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지인 중에 여러분들의 창작물을 좋아하는 팬이 있다면, 이런 분들에게 작업 감시를 부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팬이 작업하는 동안 얼마나 작업을 했는지 매시간 체크하는 문자를 보내도록 하면 작업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제가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원고 계약 없이 제 스케줄대로 자유롭게 작업할 때 이런 요청을 했습니다.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확인 문자를 받으면 곧바로 전체 화면 캡쳐를 보내 검사 받는 방법을 쓴 적도 있습니다. 웹 서핑에 빠져 있는 동안, 언제 확인 문자가 불시에 날아들지 몰라 조마조마했던 합니다. 딴짓할 때 확인 문자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면서 서둘러 워드를 열게 됩니다. 스스로 정한 규칙임에도 당할 때마다 기분 나빴지만 작업 효율에는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무도 여러분의 창작물에 관심을 주지 않는 아마추어 시절에는 어렵게 만든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물리적인 창작물이 만들어져야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텐데, 집중을 하지 못해 창작물을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환경을 조성하든, 외부적인 감시 방법을 사용하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계속할 수 없다
어느 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상상 속에서 살을 붙여 나가는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http://www.vop.co.kr/A00001172130.html
저 사람 만화 히로인 딸임(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