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가 못 받는 공짜 야근
#악용되는 포괄임금제
야근 일상인 3년차 게임업체 직원
10시 후 퇴근해도 택시비 1만원뿐
밤샘 땐 퇴근기록 없어 못 받기도
계약서에 ‘제 수당’ 문구 넣고
무한대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수당이요? 오후 10시 퇴근이면 1만원이고, 자정을 넘겨 일하면 1만5,000원이에요.”
경기 성남시 판교동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대기업 게임업체에서 근무하는 3년 차 게임개발자 김성근(가명)씨는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한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한 정상 퇴근 시간은 오후 7시쯤이지만, 김씨는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기억이 거의 없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아무리 짧아도 12시간이다.
김씨는 입사 이후 줄곧 오후 10시를 넘겨 퇴근하면 나오는 택시비 1만원을 자신의 추가 근무 수당이라고 생각해 왔다. 통장에 월급과 함께 나오는 이 택시비를 제외하면 다른 수당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후 10시에 끝나면 고민이 없다. 오후 11시에 일을 마쳤을 때 고민이 시작된다. “1시간 더 있다가 5,000원을 더 받을지, 그냥 1만원 받고 집에 갈지 고민돼요. 그냥 기다렸다가 12시 맞춰서 집에 가는 경우도 있고요”
야근에 받는 것은 택시비 1만원뿐
작년 말, 김씨가 속한 부서는 게임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등 이벤트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는 근무)에 돌입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버그를 찾느라 3일 내내 하루 3시간씩 쪽잠을 자고 퇴근 없이 일했다. 게임업계에서 크런치 모드 3일이면 짧은 편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기간에는 택시비조차 단 한 푼도 못 받았다는 점이다. 퇴근 기록이 있어야 택시비가 나오는데, 퇴근을 안 하니 택시비도 나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김씨는 자신이 받아온 것이 순수 교통비였을 뿐, 회사에서 지급되는 추가근무 수당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팀 동료는 집이 가까워 집에 가서 씻고 2시간을 자고 온 덕분에 1만5,000원이라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밤새 퇴근 없이 사옥에 머무르며, 하루 12시간 일하는 날보다도 손해를 봤다. 그렇게 저녁도, 취미도, 삶도 포기한 채 주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의 대가로 받는 연봉은 3,000만원 남짓이다.
김씨가 이렇게 회사에 공짜 야근을 헌납하는 근거는 이른바 포괄임금제다. 근로기준법엔 근거가 없지만 대법원 판례로 인정돼 온 포괄임금제는 상시적인 초과근무가 예상되는 업종에서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추산해 급여로 일괄 지급하는 관행이다. 엄청난 금액도 아닌 약소한 수당을 책정해놓고 무한대 야근, 주말근무를 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노동자 입장에서 추가근무를 거부할 명분이 부족해 보이고, 야근을 당연시하는 사내 문화가 형성돼 있기 십상이라 자연스럽게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 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2016 게임산업종사자 노동환경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2%가 주 52시간, 6.5%가 주 60시간 넘게 근무했고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67.1%에 달했다.
포괄임금제 관행은 산업계에 폭넓게 뿌리내리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2009년 사업체패널 조사)에 따르면 매일 연장근로를 하는 곳의 40.6%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조사에서도 100명 이상 사업장의 41.3%가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일하는 시간이 기형적으로 긴 장시간 노동 구조를 재생산해 온 악질적인 제도 중 하나가 포괄임금제”라며 “포괄임금제 계약으로 연장근로가 합의된 상태라 하더라도 법정 연장근로 한도(주 12시간)를 넘겨 무한대로 일을 시킬 수는 없는데도, 오랜 시간 노동당국의 관리감독 없이 방치돼 인력을 쥐어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감독 없이 포괄임금제 남용
연장근로 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고, 근무시간이 서버에 버젓이 기록되는데도 포괄임금제가 시행되는 경우는 사측이 이를 임금감축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국내 게임업체 12곳을 대상으로 기획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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