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peppermint.com/2015/01/26/american_sniper_2/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선과 악을 뚜렷하게 나눠놓고 흑백논리로 무장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자체가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충분히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흑백논리상의 어느 한쪽에 포진시키기에는 전쟁이 너무나도 회색 빛깔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회색빛 전쟁을 둘러싼 역사적인 논쟁을 깡그리 무시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선한 정의의 사도 미국인이 악당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고, 저격수 크리스 카일(Chris Kyle)은 그 정의의 사도 가운데서도 아주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인물”이라고 단정을 짓고 사안을 바라본 것이죠.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맹목적 애국심과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버젓이 드러내고, 영화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매국노로 몰아가는 지금의 상황은 영화가 있지도 않은 역사를 사실인 양 왜곡해 관객을 오도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주의: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 포함)
영화는 세상의 사람들을 늑대, 양, 그리고 양치기 개 세 가지 종류로 비유해 분류합니다. 먼저 늑대는 죄없고 선한 양을 공격하고 잡아먹는 나쁜 악당입니다. 양은 착하지만 늑대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악으로부터 선을 지키기 위해 양치기 개가 필요한 겁니다. 영화 속의 양치기 개가 바로 저격수 카일입니다. 늑대는 알 카에다와 그 추종세력들이죠. 양은 누구일까요? 미국인들입니다. 특히 크리스 카일만큼 총을 들고 선한 가치를 지켜줄 힘이 없거나 어리석게도 이라크 전쟁에 의문을 제기하는 안타까운 미군들도 모두 양입니다. 단지 이들은 지금 내 편, 네 편을 정확히 갈라서 총을 들고 싸우지 않으면 소중한 가치를 잃을지도 모르는 위기라는 걸 모를 뿐이죠. 반면, (만약 이 전쟁이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었다면) 침략받은 국가의 국민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렀던 이라크 국민들은 양일까요? 이 영화 속에서는 아닙니다. 늑대입니다. 알 카에다를 추종했거나 적극적으로 추종하지 않았다면, 뭐 늑대까지는 아니라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 쯤이 되겠죠. 영화는 선악 구도의 편가르기를 시종일관 강요합니다. “you’re either with us, or you’re a naive sheep”이라는 대사가 처음과 끝을 관통합니다.
크리스 카일에게 끔찍하도록 나쁜 짓을 저지른 악마를 적으로 등장시키는 작업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1998년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와 2001년 9.11 테러를 TV로 지켜보는 카일과 그가 이라크에 도착한 뒤 그의 지휘관이 “우리는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를 쫓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카일은 알 카에다라는 늑대와 싸우고 있다고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이 알 카에다 소탕작전이었나요? 전쟁 초기에는 알 카에다를 들먹이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부시 정부와 네오콘은 “(독재자) 후세인 정권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나중에 대량살상무기는 찾지도 못하고 그 정보마저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요. 그런데 영화에는 정작 사담 후세인, 조지 부시, 수니파, 시아파 같은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입맛에 맞게 취사 선택해 허구를 만들어내고 그 허구에 다시 역사라는 이름을 슬쩍 붙인 겁니다.
크리스 카일은 실제로 미국 정부는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전쟁에 목숨을 내걸고 싸운 미군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잘못된 전쟁에서 전쟁 영웅이 되어야했던 크리스 카일의 고뇌는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있지도 않은 허구의 인물을 무시무시한 늑대로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냅니다. 어린이를 전동 드릴로 고문하고 시체가 나뒹구는 곳에서 고문술을 가르치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 부처(Butcher)가 그렇고, 시리아 국적의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이자 알 카에다를 위해 저격수로 활동하며 미군을 사살하는 무스타파(Mustafa)가 그렇습니다.
양으로 비유되는 나약한 미군들에 대한 묘사도 영화가 갖고 있는 문제 중에 빼놓아선 안 될 겁니다. 우선 대부분의 이라크 국민들을 전쟁이 낳은 무고한 희생자가 아닌 알 카에다 동조자 내지 테러리스트로 그려낸 것도 억지가 아닐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크리스 카일이라는 영웅을 제외한 많은 미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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