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댓글부대’보다 더한 ‘미행부대’ 있었다

민간인한테 미행·녹취시키는 사찰팀 가동 정황 포착

[제1323호] 2017.09.18 08:00

[일요신문]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외곽 댓글부대가 운영됐다는 의혹에 이어 이번엔 소문만 무성했던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국가기관이 정권 유지를 위해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이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미행, 녹취 등을 활용해 사찰이 이뤄졌던 정황들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사례1. 
2013년 여름 한 공기업에서 중간급 간부로 근무하던 A 씨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만났다. A 씨와 그 선배는 전혀 일면식이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잘나가던 선배가 먼저 만나자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그 후 술도 마시고 하면서 급격히 친해졌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선배의 본색은 곧 드러났다. 그는 A 씨가 다니던 공기업 몇몇 임원의 평판에 대해 물었다. A 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내부 기류 등을 전해줬고, 때로는 페이퍼 형태로 간략하게 정리해 선배에게 보내줬다. 그런데 A 씨는 자신이 전달한 내용 중 일부가 그 공기업 인사를 위한 자료로 쓰였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A 씨는 “당시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화두였던 때다. 선배가 내게 (평판 조회를) 부탁했던 임원 대부분이 그 후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회사를 나갔다. 대신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면서 “또 다른 공기업에서도 아마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내가 회사 스파이 노릇을 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나에게 술과 밥을 사주고 가끔 용돈을 줬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인 것 같아 그 후론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 소재 한 사립대 대학원생 B 씨는 2013년 12월경 업무 차 알고 지내던 한 사정기관 직원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같은 과 교수의 동선을 파악해서 알려주면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교수는 박근혜 정권 외교 정책 등에 대해 칼럼과 토론회에서 날선 비판을 하던 인물이었다. 

B 씨는 교수 일정 등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그 직원에게 수시로 보냈다. 한번은 회식을 하고난 뒤 일부러 자청, 집에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주소도 알아내 전달했다고도 했다. 교수가 어디로 가는지 뒤를 밟은 적도 있었다. 사실상 교수를 미행했던 셈이다. 이는 그 사정기관 직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B 씨는 한 달에 수십만 원가량의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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