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만 만지고 살면서

내 기술 하나는 얻었지만 그 대가로 너무 많은 걸 잃음

특히 시간과 건강

이젠 날 위해서 그 시간을 쓰고 싶다


프로그래밍 잘하는 건 맞음

이걸 부정하면 내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게 되고

나한테 밀려난 수많은 사람들을 욕하는 일임

지금까지 수십 수백 만 줄의 다양한 코드를 써봤고

수백 수천 개의 알고리즘 문제를 풀어왔고

수백 수천 시간을 사람들 앞에 서서 강의해왔음


덕분에 고등학교도 평범하게 못 다니고

남들보다 2년이나 빨리 졸업장 따게 됐고

대학교는 남들보다 3년이나 늦게 입학하게 됐고

성적이 아니라 실적으로 입학한 만큼

일반적으로 입학한 다른 애들이랑

다른 분야에서의 학습력에서 차이가 벌어짐


항상 한두 시간 공부하고도 내신 1등급 챙기고

모의고사 1등급 2등급대 챙기면서

내가 천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랬던 시간이 인생의 절반이 넘는데

학교 가서 중간 정도밖에 못 하거나

밤새 공부하고도 평균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을 내기도 함


종합적 1%   vs   종합 30%지만 프로그래밍 0.1%

이런 느낌이려나

대학교 가서 처음으로 느꼈음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보다 프로그래밍 잘하는 사람 미국에 가보니 진짜 많았고

진짜 잘하면 이미 구글 IBM 마소 페북 등에서 찜해놨고

언어 3개 할 줄 안다고 스스로 기특하게 여겼는데

학교에 있는 국제 학생 대부분이 4개 이상 하고

하루 이틀 공부하면 당연히 A는 유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이해가 안 돼서 교수님들 찾아서 물어보러 다녀야되고

물리는 그래도 안 돼서 C 나오기도 하고

스스로 엄청난 아이디어라 생각해서 밤새 쓴 수학 논문은

수학적 오류 때문에 논문으로 등록되지도 않고

한국에서 차려서 소득 0원 마이너스만 나고 있던 벤처기업은

다른 수백만 불 벌고 나가는 학부생들 등빛에 가려져버리고

그냥 평범한, 프로그래밍 좀 잘할 뿐인 학부 1학년이구나 하고 느낌


그때쯤 병원 입원하게 되고 한국으로 돌아옴

그래서 어느 벤처기업에서 일하자는 거 받아들이고 서버 개발 좀 하다가

수업하고 과외 하는 게 돈 더 잘 벌리길래 그만둠

그리고 다른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제의 자주 들어왔는데

안 그래도 몸 상태도 안 좋고, 생활비도 넉넉하게 벌고 있으니 거절함


그러다 지금까지 오게 됨

프로그래밍, 나 아니어도 할 사람 많이 있음

연습 대회에서 붙었던 워털루 공대, 스탠포드, NYU 등등

나보다 훨씬 잘하는 애들 여기저기 널렸더라

나 아니어도 벤처기업 차릴 사람 널렸고

나 아니어도 언어 여러 개 하는 사람 널렸고

꼭 내가 아니어도 되는데

꼭 이걸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힘든 길을 가야하나 싶어서


스트리트파이터5 프로게이머로 전향할까 생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