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끝에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김모(30) 씨는 스물일곱 되던 해 졸업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그도 열심히 직장을 구했다.

 

삼수 탓에 조금 늦어졌지만 학벌도 나쁜 편이 아니고 토익 점수도 높아 금방 취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는 졸업하고 3년이 지나도록 취업준비생 신세다. 수백 장이 넘는 입사원서를 썼지만 최종 면접까지 가본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요즘 김씨는 패인(敗因)을 ‘나이’에서 찾는다.

 

지난 3년 동안 ‘스펙’은 나날이 좋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류전형 통과율은 해마다 떨어졌다.

 

 그는 “나이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치료도 받는다”고 말한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모(30) 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구직 준비가 늦어졌다.

 

박씨는 고령이라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집중했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 6개월 인턴경험, 금융자격증 등을 차근차근 확보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서류전형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잦아졌다.

 

28세 때는 기업 100곳 중 30곳에 붙었지만 30세 때는 100곳 중 10곳에 붙었다고 한다.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모(29) 씨는 취업준비 3년차다. 그는 세 군데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졸업 후 공백 기간이 있는 구직자는 불리하다’는 불문율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이런 자신도 고령자 기피 경향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나이가 많아도 경력이 있으면 감안해줄 거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채만 준비할 걸 그랬다”고 했다.

 

많은 구직자는 나이가 입사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강모(31) 씨는 “모 기업 면접 자리에서 ‘이 나이 먹도록 인턴 한 번 안 하고 뭐했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다른 면접자들도 함께 있는데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세대 법학과를 나온 박모(30) 씨는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고3 수험생처럼 취업 준비에 매달렸는데 아직 직장을 못 구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의 김모(30) 씨는 “고용 사정 악화로 신입사원의 평균나이가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 어린 구직자만 선호한다. 이 모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모(29) 씨는 “비정규직 사무원 자리는 나이 제한에 걸려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가 여간 넉넉한 형편이 아니면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한 강모(29) 씨의 일과는 이들의 전형적인 삶을 잘 보여준다. 

 

강씨는 과외로 학자금 대출금과 생활비를 충당한다. 과외로 손에 쥐는 돈은 월 90만 원. 매달 30만 원이 학자금 대출 상환금으로 나가기 때문에 6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는 외출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 스펙을 쌓는 데 드는 각종 응시료, 인터넷 강의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영화관을 찾는 것도 사치다. 식사도 웬만해선 집에서 해결한다. 좋아하는 반찬은 두부. 싸고 양이 많아서다. 취업 준비를 위한 스터디그룹에는 꼬박꼬박 참석한다. 아는 취업준비생들과 커피전문점에 모여 정보도 교환하고 함께 공부한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을 보낸다. 그는 “하루하루가 커피 맛처럼 쓰디쓰다”고 말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생 양모(29)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2년 동안 논술학원 강사 노릇을 하며 시간을 뺏긴 것이 정규직 취업에 큰 핸디캡이 됐다고 본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오모(32) 씨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이니 올해까지만 기업 공채에 도전하고 내년엔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 한다. 30대에 고시학원을 들락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박모(29) 씨는 “기업 공채에 합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 공기업 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강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구모(여·30) 씨는 “공인중개사는 여자가 일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들었다. 자격증이 있으면 어떻게든 살지 않겠나”라고 했다.

 

홍익대 국문과를 수료한 이모(28) 씨는 “내년부터 매달 30만 원씩 학자금대출을 갚으려면 어디든 취업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정규직 연령제한을 놓쳐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취업절벽에 서 있는 이들은 “대기업 취업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중소기업도 들어가기 힘들다”고 답한다.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높은 입사 경쟁률을 보인다. 가령 골프존은 500대 1, 위닉스는 150대 1, 대원강업은 200대 1이다. 대기업 경쟁률은 평균 85대 1이다.

 

 

나이가 꽉 찬 여성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은 남성 취업준비생들의 그것에 못지 않다. 서울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모(여·30) 씨는 취업을 생존이 걸린 문제로 여긴다. 김씨는 “영화 ‘카트’에 나오는 마트 계산원 사정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를 넘기면 나도 그런 일을 하게 될 것 같다.‘취업만 된다면 출산을 하지 않겠다. 일만 하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온 박모(30) 씨도 “자기소개서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각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법학과를 수료한 김모(여·27) 씨는 자신이 사는 연립주택의 지하방에 기거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그 할머니의 삶이 자신의 미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김씨는 “내게 모든 것을 투자한 부모님에게 월 30만 원의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직장을 얻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털어놨다. 그러나 김씨는 “올해도 취업을 못하면 내년부턴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할지 모른다. 100만 원 조금 넘게 주는 그런 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