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명 중 9명 번아웃 경험 “이상은 워라밸 현실은 '노예'"





국내 의사 10명 중 9명꼴로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7일 의사 전용 지식·정보공유서비스 인터엠디가 최근 의사 회원 14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의사 90%(1327명)가 ‘번아웃증후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려있는 환자·쏟아지는 행정 업무에 결국

이번 조사 결과, 의사들이 번아웃증후군을 겪는 주요 원인으로는 △많은 환자 수(47%), △야간 근무 및 공휴일 근무(45%), △긴 근무시간과 부족한 수면시간(44%) 등으로 분석됐다.



“이상은 워라밸…현실은 노예”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아직 의료계, 특히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에서는 거리가 먼 신조어다. 보건업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주당 법정근로시간 단축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한신경외과학회가 2017년 신경외과 전공의들의 피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공의의 98%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했으며, 1주일 평균 104시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의와 교수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임의(펠로우)의 근무시간은 더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생겼다. 강도 높은 근무 환경 현실을 비관해 펠로우와 노예의 합성어인 ‘펠노예’라는 말까지 생겼다.

올해 243명의 신경외과 전임의와 교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일한다는 비중이 94.3%이고 이 중 14시간 이상 일하는 비중이 76.2%에 달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의 조사에서도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76.1시간, 한달 평균 당직일수는 6.5일로 조사됐다.

의료인의 업무 강도와 컨디션은 환자 치료 및 의료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익명을 요구한 A 정신과 전문의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하루에만 108명의 외래환자를 본 적이 있다”며 “환자가 15분 대기하고 겨우 3분 진료받는 거다. 의사는 지치고, 환자는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B 정형외과 전문의는 “레지던트 시절 잠을 거의 못잤다’며 “수술 중 보조하다가 꾸벅꾸벅 졸다 크게 혼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근무, 불안한 생활 패턴,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의료사고 위험과 의료분쟁 가능성 등으로 인해 워라밸이 지켜지기 어려운 과목을 지망하는 의사 수는 고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