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지심.

이구사 하루카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스스로가 부족하다는것을 , 미흡하다는 점이 있다는것을 부정하지않는다.

타인들이 내민 기준점에 맞추기위해서 하루카는 단 하루도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어찌 그렇게 엄격할 수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하루카는 오히려 그들에게 이렇게 되물을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해지지않으면 기준이라는걸 대체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라고

하루카가 이런 성격이 되어버린건 소심한 그녀의 성격 탓도 있었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 탓이 컸다. 애초에 원인을 찾자면 하루카의 성격보다 그녀가 처한 상황이 원인이었다.

이유없는 괴롭힘.

그것에서 벗어나기위해서 하루카는 노력했다. 단 한번도 포기한 적 없었다. 타인이 아닌 친구들이 원하는 스스로가 되기위해서 하루카는 버텨냈다.

그리고 지금의 친구들을 만나고나서야 그때의 아이들이 하루카 자신과 친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루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소심하면서 노력을 게을리하지않는 하루카의 모습을 보기싫어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한것이다.

그러나 하루카는 그런 아이들을 미워하지않았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성격 탓인지 하루카는 남을 미워하는것이 익숙하지않았고 결국 하루카는 스스로가 부족했기때문에 그리 된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하루카 자신이 소심하지않았더라면 그리되지는 않았을거라고.

그리 생각하며 하루카는 오늘도 노력을 멈추지않았다.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곳까지 최선을 다하는것이 이구사 하루카였으니까.

"힘들지않아?"

"에. 네, 네에? 괘 , 괜찮아요."

"힘들면 말해."

"네.."

하루카는 힐끔 시선을 올려 따뜻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고는 손에 들린 집게에 힘을 실었다.

딱딱.

최근 흥신소의 일을 하면서 일을 처리하던 도중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질러버린 탓에 사소한 일에 불과했던 것의 크기가 불어나 수습하기 어려운 큰 사건이 되어버렸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뒤늦게 눈치채고 수습해준것이 눈 앞의 선생님이었다.

아루를 따라와 흥신소 일의 뒤처리를 해주는 선생님은 하루카가 생각해도 유능한 사람으로 보였다. 무슨 일을 시키던 척척 해내는 그의 모습은 하루카가 그토록 선망하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타인의 부탁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저, 저기. 제가 와도.. 괜찮았던건가요?"

"응? 뭐야. 청소하기 싫다고 항의하는거야?"

선생님의 그런 물음에 하루카는 맹렬한 속도로 고개를 내저으며 그의 물음을 부정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절대 그, 그런게 아니에요."

"나도 알아. 하루카가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거. 어째서 다른 아이가 아닌 하루카를 불렀냐고 묻는거지?"

"네. 그, 그거에요."

좌우로 내젓던 고개의 방향을 틀어 이번에는 위아래로 끄덕거리는 하루카를 향해 선생님은 어딘가 뿌듯해하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루카는 뭐든 열심히하니까."

"네, 네?"

"청소도 열심히 할 것 같아서 불렀어. 그래도 오늘 하루면 봉사시간은 모두 채울 수 있으니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

타인에게 제대로된 칭찬 한마디를 들어본 적 없었던 하루카에게 선생님의 그런 평가는 하루카가 저도 모르게 세웠던 마음의 방벽을 쉽사리 무너뜨렸다.

무방비한 상태에 빠진 하루카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헤메이며 갈 곳을 잃었다.

'헤.. 에헤헤.'

벚꽃 나무에서 피어오르는 꽃망울처럼 하루카의 마음 어딘가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스며들었다.

몸을 틀어 조금씩 제 몸을 틀어가며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르던 하루카는 손에 들린 집게를 발견하곤 다시 제 정신을 차렸다.

"저, 전부 해치워버릴게요."
하루카의 그런 말에 선생님은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까지 비장하게 말하지않아도 괜찮아. 처벌이 필요하니까 이런 벌이라도 내리는거지 너희가 잘못한건 아니라는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가요? 하, 하지만.."

"너무 노력하지않아도 괜찮아. 나는 그런 하루카의 모습을 좋아하기는 해도 때론 하루카. 네가 무리를 하는건 아닌지하는 걱정이 들기도하거든."

"에? 엣? 무, 무리하지않았어요."

자신을 걱정한다는 소리에 하루카는 몸이 굳어버렸다.

그건 하루카가 선생님의 기준에서는 부족하다는 얘기인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하루카는 더 노력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저, 저 따위를 거, 걱정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어째서일까?

선생님이 자신때문에 마음을 쓴다는 점이 죄송스러워 걱정해주지않는다는 말을 내뱉는 하루카는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아쉽지않아.'

"너 스스로를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않아?"

"네?"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에. 네, 네. 저, 저는 많이 부족하니까.. 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서, 선생님의 기대에 부,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할게요."

하루카는 선생님의 말이 꼭 자신의 부족한 점을 꼬집어 말하는것 같아서 긴장으로 목이 타들어갔다. 때 아닌 갈증을 느끼던 하루카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것 , 싫어하는것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바뀌기 마련이야. 그런것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그 기준점이 모호해지고 흐릿해지거든."

"..에. 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하루카는 눈치채지 못했다. 괜히 선생님의 눈치가 보였던 하루카는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편으로는 바보처럼 느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 그러니까 나 자신을 알라 라는 저 말을 하루카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거야."

"네?.. 다른 의미라면.."

"스스로가 부족한 것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리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는것도 , 그 부족함의 기준점을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것도. 전부 쉬운 일이 아니야."

'..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그리고 하루카라면 지금 내 말을 들으면서도 또 자신의 부족함을 찾겠지."

"엣."

당황스러워하는 하루카의 어깨 위로 선생님의 손이 올라왔다. 언제 장갑을 벗은건지 선생님의 손은 하루카의 가녀린 어깨를 타고올라 목을 오르더니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에? 에에? 엣."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루카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하루카는 충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 너는 남들에 비해 부족하지도 않고 , 모자라지도 않아."

"..."

상냥하게 쓰다듬어오는 손길과 따뜻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갈 곳을 잃었던 하루카의 두눈이 선생님을 향했다.

줄곧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 선명한 두 눈동자와 마주친 하루카는 몸을 움찔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 다시 시선을 돌려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피하고.

다시 마주치고..

여태까지 부족함을 채우기위해서 노력해왔던 소녀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위해서 또 다시 노력했다.

그러다 결국 두 사람의 시선이 올곧게 마주했다.

시선을 피하지않는 하루카와 시선을 교환하던 선생님은 정말 잘했다는듯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올려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하루카는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알 필요가 있어."

"가, 가르쳐주세요."

하루카는 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냈다.

선생님의 말대로 하루카 자신이 부족하지않다면 , 정말 그런거라면. 그에게 부탁하고싶었다.

작은 두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의 손을 붙잡았다.

혹여 그것을 놓칠세라 손에 힘을 주어 꼭 붙잡았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은 하루카는 자신을 속박하던 족쇄가 풀린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 제가 부족하지않다면. 저.. 저에 대해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세요. 알려주세요. 지적해주세요. 채워주세요. 새겨주세요."

선생님이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조금씩 하루카의 마음을 흔들었다. 일초 일초가 마치 한시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하루카의 마음을 눈치챈건지 선생님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좋아.' 라고

자격지심때문에 늘 타인의 기준에 스스로를 맞춰 살았던 하루카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

애석하게도 다수의 기준이 한 사람의 기준으로 바뀌어버린것뿐이었다.

'선생님선생님선생님선생님선생님.'

마음을 가득 채우는 알 수 없는 충족감에 하루카는 선생님의 품 안에 안겨들었다.

오늘부터.

지금 이 순간부터.

하루카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알아주는 이 사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갈것이다. 부족함없이 스스로의 모든것을 그의 색으로 물들어갈때까지 평생.

하루카가 선생에게 아루사장 처럼꼿히는 묘사가 ㄹㅇ 일품임